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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Feb 14. 2023

위진남북조의 글, 그림, 음악 알아보기!

시론, 화론, 악론

위진남북조 시기는 무를 체현하고 개성적으로 드러내는 인간상을 추구했다. 동시에 그 인간상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매체로서 예술작품을 이론적으로 탐색했다. 예술이 '이무위용'의 무를 내포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법론을 탐구한 것이다. 지난 글에서는 예술론이 확립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생각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이번 글은 각 분야의 예술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1. 시론

위진남북조 시기는 혼란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에서는 전대미문의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풍부하고 다양하게 성장한 시에는 세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 문文(글) 역시 불후한(영원히 변하지 않는) 입언(후세에 교훈이 될만한 말)에 속한다는 것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

둘째, 시에서 인간의 정서와 개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뚜렷이 했다는 점

셋째, 풍성한 창작물에 대해 품평을 이끌어냈다는 점

이러한 세 가지의 큰 특징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이를 대표하는 저서가 [시품]과 [문심조룡]이다.


[시품]

종영(鍾嶸)의 [시품(詩品)], 문학평론 저서

최초의 평론 저작인 [시품]은 품평의 역사적 도래를 선언했다. 저자 종영은 작가 122명을 상-중-하 3품으로 나누어 품평했다. 각 작품에는 총평, 각 시인에는 단평을 붙였는데 깊이 있고 날카로운 평가를 남겼다. 시평에서는 품평의 원칙을 시가 함축한 여운과 감동력, 그리고 개성과 예술성이라고 말한다. 시나 음악이 정치일에 유용하게 쓰인 것이 아니고 작가의 정서와 개성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학을 살짝 다른 측면으로 접근하면서 문학비평의 관점을 넓히고 논의의 틀을 확대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문심조룡]

유협(劉勰)의 [문심조룡(文心雕龍)], 문학이론/평론서

[문심조룡]은 당시의 문풍이 문질을 전도시켰다고 비판한다. 문학이라는 것은 내용이 충실해야 하고 그로부터 자연히 꽃피어야 하는 것인데 너무 내용도 없고 기교에만 치우쳐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 유협은 문학 창작과 감상 원칙의 방대한 체계화를 시도했다. 저자는 [문심조룡]에서 도를 언어로 잘 표현하기 위해 '이소총다'라는 문학언어의 원칙을 제시했다.

이소총다以少總多
빼어난 글은 직접 드러나지 않은 채 비규정적인 뜻과 이 뜻을 압축적으로 지시할 수 있는 빼어난 언어를 갖추어야 한다.

언어는 대상의 무한한 의미를 다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표현함으로써 의미 전체를 여운으로서 지시한다. 문이 도의 외재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신비한 음향이 겉으로 퍼지고 숨은 색채가 은밀히 드러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이처럼 [문심조룡]은 문학언어가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모두 기술하는 표현방식'이 아니라, '비규정적 의미를 여운으로 갖추는 방식'으로써 표현한다는 중국문학의 전제를 명시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 화론

회화는 언어와 달리 직관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의 형태가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회화는 대상의 형태를 통해 대상의 신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게 되었다. 화론은 이런 회화의 특성상 어떻게 규정적인 형으로 비규정적인 대상의 신을 표현하는가, 혹은 시에 대한 화가의 사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를 탐색했다.

화론에서 중요한 질문이 두 개 있다.

첫째, 인물화에서 형태를 통해 너머의 신을 묘사한다고 할 때 신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둘째, 그러면 신은 어떤 방법으로써 형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가


고개지(顧愷之)


고개지(334 ~ 406), 중국의 화가

고개지가 이 두 질문에 대해 답했다.

첫 번째 질문 - 그림 속 인물이 무언가를 대면하고 있는 생명체의 활동 양상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 그림의 핵심이고, 이를 인물의 형태를 통해 그 신을 화폭에 전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 - 신은 '이형사신'이다. 신을 형으로써 그린다는 것이 형태를 다 그려내는 것이 아니고 화가가 대상의 신과 통하고 나서 그 자취를 따라 대상의 형태를 배치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또한 인물화에서 신을 포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특히 인물의 개성적 특징까지 표현해 낼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개인 의식'을 담고 있는 그의 화론은 위진남북조 지식인들이 공유한 개인과 무와 유를 통하는 신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 것이다.


왕미王微

왕미(415~453), 중국 유송의 화가

산수화에 주목했던 왕미는 산수화의 근본기능이 자연의 신을 감상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때문에 산수화에는 자연의 신이 깃들어있어야 하며 감상자 역시 그 신을 파악하여 감상자의 신이 자연에 맞먹는 신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감상자를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산수화 감상은 자연산수에 대한 직접체험을 통해 그 안에 내재한 신에 동화되는 것에 맞먹는 체험이라고 생각했다.

기운생동氣韻生動
비평어. 작품에 내재된 강하고 힘차거나 부드럽고 운율적인 생명력의 작용을 말한다. 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화가의 수양된 정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3. 악론

악론은 시론과 화론에 비해 비중이 매우 적다. 이때까지는 음악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중국에서의 음악은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었다. 하지만 혜강은 전통적인 예악교화 사상을 비판했다.


혜강(嵇康)

혜강은 저서 [성무애락론聲無哀樂論]에서 음악은 유가적 도에서 독립적이며 교화의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의견은 당시에 대단히 혁명적이었다. 혜강은 음악이 자연의 속성, 즉 기의 운동변화에 합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요 창작원리로 조화를 제시했다. 일련의 질서 있는 음정부호의 조합이 음악의 속성이고, 이 조건을 갖춰야만 음악이 인간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혜강은 아악(제례음악)이 인간을 방종에 이르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속악(세속음악)을 도외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간의 음악이 기교가 복잡하고 음절이 활발하기 때문에 단순평담인 아악에 비해 인간의 감정에 더 가까이 있다는 예술적 측면을 인정했다.


위진남북조의 예술론은 공통적으로 정치사상에 대해 예술의 자율성을 주장했고 그 창작과 감상의 이론을 전개했다. 뒤에 이어질 당나라 시대의 성대한 예술창작 역시 위진남북조 시기에 미의식과 예술개념이 마련되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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