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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Feb 28. 2023

네 명의 유명화가에 대한 비교논쟁

당나라의 화론 (고개지, 육탐미, 장승요, 오도자)

장언원의 [역대명화기(歷代名畫記)] ㅣ출처 https://www.koreanart21.com

당나라 시대에는 서예론뿐만 아니라 화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전까지의 화론은 품평 위주였다. 하지만 당 말에 저술된 [역대명화기]가 화론을 창작론, 감상론, 기법론 등이 구비된 체계적이고 완전한 이론으로 만들었다. [역대명화기]를 저술한 장언원뿐만 아니라 이사진, 장회관 역시 당나라 화론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또한 서예의 사현론에서 사현에 대한 평가에 따라 그 시대의 서예 유행이 달라졌듯이 회화에서도 마찬가지의 영향을 가지는 사현이 있었다.

회화의 <사현론四賢論>
오늘의 글에서 다뤄지는 사현론의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다.
- 고개지顧愷之(344~406?)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동진의 화가
- 육탐미陸探微(? ~ ?) 중국 남북조 시대 송나라의 화가
- 장승요張僧繇(502~549?)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의 화가
- 오도자吳道子(680~740) 중국 당나라 시대의 화가. (이름 : 오도현/호 : 도자)



이사진李嗣眞(? ~696)

사람을 형상하는 아름다움에서 장승요는 살집을 얻었고, 육탐미는 골격을 얻었으며, 고개지는 정신을 얻었는데, 정신은 오묘하고 자유롭기 때문에, 고개지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사진

화론에서 처음부터 사현이 형성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미술비평가였던 이사진 때에 와서 세명의 삼현이 형성되었는데 바로 고개지, 육탐미, 장승요 세 사람이다.


이사진이 말하는 고개지

고개지 <여사잠도女史箴圖> 일부 ㅣ 런던 대영박물관 소장

(고개지는 그림을 너무 잘 그려 극찬을 받는 것은 일상이요,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주변이 인산인해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사진은 고개지를 육탐미보다 우월하게 보았다.

고개지는 천재로서 뛰어나며 홀로 (우뚝) 서서 (그와) 대적할 사람이 없다. ... 고개지는 마음의 작용이 자연의 조화와 같아서, 정신적 깨달음을 통해 오묘한 사물(의 형상)을 얻었으며, 육탐미에게 발걸음을 잃게 하고... - 이사진


이사진이 말하는 장승요

장승요의 <오성이십팔수신형도>의 한 부분 / 출처 : https://www.koreanart21.com

(장승요는 믿기 힘들 정도로 실물과 똑같이 그려낸 작품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사진은 장승요의 작품세계가 끝없이 변화하면서 형상과 모양이 기괴하고 다양하다며 그를 고개지와 육탐미 이래로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육탐미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귀거래사도> ㅣ 출처 : https://www.koreanart21.com

(고개지의 제자였던 육탐미는 연속된 아름다운 선을 구사하며 그리는 '일필화'를 창시했다고 한다.)



장회관張懷瓘(? ~ ?)

서예론에서도 큰 역할을 했던 장회관은 이사진이 제시한 '삼현'을 미학적 용어로 규정했고, 그들을 글씨의 세계에 비유했다.

고개지 - 종요

육탐미 - 장지

장승요 - 왕희지

그런데 조금 어색하다. 서예론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인 왕희지가 화론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인 고개지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당나라 화론의 삼현론은 서론에 비해 단순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장언원張彥遠(815~879)

서화용필동론 : 서예와 그림의 용필법이 같고 기원이 같다.
 *용필 : 서화에서 획이나 점을 종이에 그릴 때 붓을 사용하는 방법

[역대명화기]를 저술한 장언원은 장회관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삼현론의 문제를 서화용필동론에 근거를 두고 진행시켰다.


장언원이 말하는 고개지

의意(뜻)가 필筆(글) 앞에 존재하며 그림이 끝나도 뜻이 남아 있어서 신기神氣(만물을 만드는 기운)를 온전히 한다. -장언원

장언원은 장회관의 견해를 계승함과 동시에 신기가 온전하게 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위의 말은 해서와 초서에 대한 이론을 종합하고 있는 것과 같은데, 쉽게 말하면 반듯한 고딕체와 흘려 쓴 필기체에 대한 이론을 종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예론에서 손과정이 왕희지의 서체에 대해 했던 이야기와 동일하다. 즉, 장언원은 고개지를 왕희지와 비견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개지가 육탐미와 장승요의 필법을 겸비한 것으로 보았다.


사현론의 제시

오도자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석가강생도> ㅣ 일본 국립 오사카 시립 미술관 소장

(오도자는 당대 제일의 벽화가로, 전해지는 그림은 전무하다고 한다. 그림은 귀족적이 아닌 대중성을 띄었고, 필선 하나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고 한다.)

장언원은 삼현(고개지, 육탐미, 장승요)에 오도자를 더한 사현론을 제시했다. 오도자는 당시에 화성畫聖(드물게 뛰어난 화가)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자연의 조화에 합치한 마음의 활동이 무궁하여 마치 신이 오도자를 빌려 조화를 부리는 것 같다. -장언원

오도자를 높이 평가했던 장언원은 그를 통해 회화의 창작론을 전개했다. 서화용필동론을 말할 때 '용필법'을 필두로 설명했었는데 '창작론'으로 방향을 전환시킨 것이다.

"(고개지의 그림에서)의가 필 앞에 존재하며 그림이 끝나도 뜻이 남아있다."라고 언급했던 장언원은 오도자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순수한) 정신을 굳게 지키고 (그 정신이 우주의 정신과 합일된) 순일한 상태를 온전하게 하여 자연의 조화 활동과 일체가 되게 한다. (그러면 우주의 정신은) 오도자의 붓을 빌려 (모든 형상을) 표현한다."

장언원은 이러한 태도를 가져야 진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오도자의 창작태도는 오도자 한 개인의 행위가 아니라 오도자에 의해 실현되는 자연이기 때문에 자연의 신이 오도자의 붓을 빌려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실현에는 인위적인 의식을 배제하고 자연을 체득한 행위에 맡겨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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