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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May 17. 2022

상상력.

고대 후기 학자들의 주목을 받다.

고대 그리스 후기, 철학자들은 '상상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예술적 창조의 내적 원리로써 예술가의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다양한 학파들(스토아, 아카데미아, 소요)의 사상 사이의 일치점을 찾으려던 '절충주의 학파'의 영향이 컸다. 오늘의 글에서는 절충주의 학파를 알아보기 전, 후기 고대의 다른 학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스토아학파부터 알아보기로 한다.


스토아학파

키티온의 제논 (BC. 335(?) ~ BC. 263(?))

 제논이 창시한 스토아학파에게 철학의 소임은 '삶의 궁극 목표로서의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에피쿠로스, 회의주의 학파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리스 전통적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적이었던 이들과 달리 스토아학파는 전통적 사고를 폭넓게 수용했다. 스토아학파는 인간의 본성이 이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감정은 삶에 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였다. 이 때문에 이들은 이런 감정의 요소로부터 해방된 영혼의 초연함에서 행복을 찾았다.

 스토아 주의자들은 영혼의 초연함에 이르는 길이 "자연을 따르는 삶"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간을 비롯한 자연 전체가 신의 섭리에 의해 지배된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그들에 따르면 우주 전체는 근본적으로 신적 질서에 따른 하나의 완전한 유기적 조직체이다. 때문에 인간은 우주의 섭리로서 이성을 따르는 삶을 살며 자신의 이성적 본성을 실현해야 한다. 동시에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감정적 요소들로부터 해방된 영혼의 초연에 도달하는 것을 삶의 궁극 목표로 갖는다. 또한 이들에게 세계의 이성적이고 합당한 목적으로서의 질서는 그것 자체로 아름답다.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피타고라스 주의의 질서와 조화로서의 미를 계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충주의 학파

 스토아학파, 아카데미아 학파, 소요학파는 서로 다른 사상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그리스의 전통적인 조화와 균형의 객관주의 미 개념을 주장했었다. 기원전 2세기와 1세기쯤 이 세 학파의 사상 사이에서 일치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활발해졌고, 그렇게 되면서 세 학파의 사상을 절충적으로 결합시키는 역할로 절충주의 학파가 등장했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BC. 106 ~ BC. 43)

 절충주의 학파 중 한 사람인 '키케로'는 그 세 학파의 주장을 자신의 미 개념의 기본 요소로 수용했다. 또한 그는 기본적으로 조화와 균형의 미 개념을 중심으로 물리적 대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의 아름다움까지 이해하며 동시에 그 둘의 차이에도 주목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는 예술적 창조에 있어서 영감의 요소를 중요하게 주목했다. 신적 영감 없이는 시도 웅변도 있을 수 없다. 특히 조형예술에 관련해서 예술가의 마음속 심상을 중요한 내적 원리로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조각가 페이디아스는 제우스 신의 형상을 만들 때 자신의 눈을 통해 지각되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모델로 하여 이것과 닮은 형상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움의 상을 모델로 하여 이것과 닮은 형상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키케로는 예술적 창조의 과정에 있어서 감각이 아닌 인간 정신으로 파악되는 아름다움의 상을 플라톤에 이데아에 비유하며 완전하고 훌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키케로의 생각을 통해 예술가의 마음속 심상의 개념이 미학 논의에 등장했다. 이것은 영감의 개념과 함께 후기 고대의 예술론에 많은 학파들의 주목을 끄는 논의의 대상이었다. 특히 고대 말의 문예비평가 '롱기누스'는 '숭고'의 개념으로 예술가의 심상 개념을 강력하게 대변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베르니니의 성 롱기누스 동상

(롱기누스에 대한 자세한 전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명확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아서 디오니시우스 롱기누스(Dionysius Longinus) 또는 가칭(가명)-롱기누스 (Pseudo-Longinus)라고도 불린다.)

그에 따르면, 숭고는 언어적 예술작품을 위대하게 만드는 특성이다. 숭고는 예술가의 웅대한 생각과 영감에 가득 찬 감정이라는 두 가지 자연적 근원에 기인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언어적 예술작품에 숭고한 것을 표현하는 시인과 웅변가는 영감에 기인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형성된 심상을 따라 일한다. 그는 이것을 "상상적 표상"이라고 불렀다. 이런 예술적 창조의 내적 원리로써의 영감과 상상력에 대한 주목, 그리고 예술이 지향하는 신적 이상에 대한 생각은 후기 고대에 있어 일반적인 예술론적 흐름이 되었다.

필로스트라토스 (170(?) ~ 245(?))

 '필로스트라토스'([아폴로니우스의 삶] 저자)는 키케로와 마찬가지로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상상력에 의거하여 제우스 신상을 만들었음을 주장하면서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상상력 개념은 그리스 전통 예술론의 원리인 모방 개념을 위협할 정도로 큰 비중을 가지게 되었다.

상상력은 모방보다 현명한 예술가다. 왜냐하면 모방은 오직 본 것만을 만들어 내지만, 상상력은 보지 않은 것도 만들어 내는데, 상상력은 이것을 실재와의 연관에 비추어 표상(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그의 생각을 통해 상상력의 개념에는 많은 심상들의 새로운 결합인 "새로운 심상들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미학사에서 처음으로 예술에 있어서 "창조적 상상력"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이것은 모방 개념이 후기 고대에 더 이상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모방은 여전히 예술의 원리로써 효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상상력 개념은 재현이라는 의미의 모방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표현 요소를 예술 일반에 본질적인 한 요소로서 개념화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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