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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an 14. 2021

신입사원의 삶을 시작하며

인사/교육 직무로

새로운 시작은 그 자체로 큰 여운을 남긴다. 내게 있어서는 대학 최종 합격 발표를 처음 확인했던 날, 그리고 이번 신입사원 공채 최종 합격 발표가 난 날이 평생 잊을 수 없을 장면으로 각인되었다. 소속감이 없던 상태에서 다른 조직의 구성원으로 이행해간다는 것은 상당히 큰 안정감을 가져다주기 마련인데, 이번 발표가 유난히 기뻤던 이유는 더 이상 나를 소개할 때 '학생'이라는 칭호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최종합격발표 문자

1월 5일에 최종 합격 문자를 받았으니 약 1주일 반 가량이 흘렀다.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다. 입사 준비를 해야 했고 건강검진도 받아야 했으며 지난주 토요일에는 작은 수술을 하나 한 탓이다. 아직 몸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큰 문제없이 입사 일정을 맞출 수 있음에 감사하다.


20대 초반을 보낸 신촌 일대

나의 취업준비는 어디에 말하기도 민망스러운 수준이다. 본격적인 '취준'이라 부를만한 것을 한 적이 없다. 사실은 2020년에 시험을 하나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시험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고 12월 즈음에 있을 시험을 위해 최대한 힘을 빼고 생활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수술을 하게 되면서 시험을 포기했다. 합격하더라도 이후의 일정을 견뎌낼 수 없는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꿈꾸고 있던 것을 내 발로 걷어차버린 기분이었다. 수술 이후 느꼈던 감정은 막연한 불안감과 절망감이었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계속 고민하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우울감 속에 허덕였다. 그러던 중 K가 몇몇 기업에 원서를 쓰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를 따라 나도 몇 개의 원서를 썼다.


최종 합격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로 '하반기 취준'이라고 함은 그 해 8~9월부터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첫 원서를 11월에 썼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두 군데 기업의 최종면접을 보았고 그중 한 곳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문과생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절에 전공을 잘 살려 가장 관심 있는 인사/교육 직무로 취업했으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스스로에게 주는 입사 선물로 그간 갖고 싶었던 BOSE사의 소음 차단 이어폰을 구매했다. 그리고 평소 장난스럽게 '우리 돈 벌기 시작하면 같이 토마호크 먹자!'라고 이야기만 했던 모 패밀리 레스토랑의 토마호크 스테이크도 내 돈을 주고 사 먹어보았다. 물론 신입사원의 월급이란 고만고만할 것이고 계약서를 쓰고 다음 달 월급을 받는 시점부터는 다시 허리띠를 꽉 조여 매야겠지만, 그래도 합격 발표가 난 날만큼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이행하는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입사를 고작 며칠 앞둔 시점에서 몇 권의 책을 읽고 하지 않던 게임도 해 보며 '잉여로운 집콕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하며, 2021년 내 삶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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