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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Sep 30. 2022

퇴사 153일차의 삶

경제관념 장착하기

호기롭게 퇴사한 지 5개월차가 되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사업자를 설립할 생각도 없었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해서 더 나은 회사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개인과외교습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미친듯이 바쁜 시즌이지나고 보니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할까?' 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다시 도달했다.


퇴사 후 현금흐름


6월 신규 계약을 하게 되면서 매출 규모를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서 급하게 사업자 등록을 진행했고, 8월에는 내가 벌 수 있는 최대치가 얼마인지 실험해 보고 싶어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몸을 갈아넣어 보기도 했다. 물론 다시는 그렇게 무식하게(?) 일할 생각은 없다.


덕분에 회사를 휴직할 때에 빌렸던 생활비 명목의 대출금도 빠르게 청산했고 프리랜서 조교를 고용해 일해 보면서 동일한 시간에 노동력을 복제하는 방법도 비교적 일찍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5개월 만에 이전 회사 연봉 이상의 돈을 벌었고 이제는 이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영리한가 고민하고 있다.



소비 : 나는 소비할 때 행복한 사람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절대 아니다.' 이다. 대학생 때도 학생 신분으로는 과분할 만큼 과외로 큰 돈을 벌어 보았다. 그 당시 순소득이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의 3배 이상이었으니 일찍이 돈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 때는 여행 가는 데에 벌었던 돈을 모두 썼다. 지금까지 그 결정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평생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 광이었던 나는 2년 넘게 해외에 나가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소비 패턴이 바뀌었고 다시 대학생 때처럼 돈을 벌게 되었으나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일단 화이자 부작용 때문에 엄청나게 지출해야 했던 병원비와, 회사에 다니면서 결제해 두었던 할부를 모조리 청산했다. 그리고 짜잘하게 남아 있던 대출들을 없애버렸다. 그래도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알기 어려웠고 이런 마음은 쓸 데 없는 과소비로 이어졌다.


괜히 갖고 싶은 물건들이 생겼다. '사업을 하니까 보이는 것에 신경써야 해.' 라는 핑계를 만들어 내면서 옷을 구입하고 지갑을 바꿨다. 서류가방이 폼이 나지 않는다며 과외와 과외 사이에 아울렛에 가서 닥스 가방을 구매했고 귀걸이도 메이커를 써야 할 것 같아서 토리버치 귀걸이를 구매했다. 이렇게 고생해서 돈을 버는데 어디에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5월 1일 퇴사한 이후 단 하루도 온전히 쉰 날이 없었다.)

소비의 목적이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가족들에게 주는 선물에 돈을 아끼지 않게 됐다. 아무 이유 없이 부모님께 기프티콘을 보내거나 지갑을 바꿔드리고, 가방을 사드렸다. 그리고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킹크랩을 먹으러 가 보거나 호화로운 음식점에 방문하면서 이런 경험들이 나의 빈 마음을 채워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결국 물건은 물건일 뿐이고 식사는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었다. 부모님께 효도하느라 쓴 돈은 후회되지 않았지만 생각 없이 욜로족처럼 쓴 돈은 뒤늦은 후회의 근원이 되었다. 그 돈이면 애플 주식을 사더라도 몇 주는 더 살 수 있었을 것이고 미래를 위한 여유자금을 더 모을 수 있었을 수도 있다. 다시,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왔다.



저축 : 책에서 답을 찾다

퇴사 직후 경제 공부를 하겠다고 AFPK 인강을 결제하고 금융 자격증을 알아보고 있던 내가 돈을 펑펑 쓰는 욜로족이 되었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한심했다. 틈날 때마다 책을 읽었다. 하는 일 때문에 9월 1일~25일 사이에는 책을 읽지 못했지만 그 기간을 제외하고는 책을 읽고 운전할 때면 Youtube로 부읽남 채널을 들으면서 소비 습관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uCAeIMo5xI&t=991s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영상.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허세 인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 명의의 집도 없으면서 일정하지도 않고 안정적이지도 않은 수입에 의지해서 소비하는 규모만 키우고 있었으니 후회가 몰려왔다.



8월, 적금을 시작하다

결국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일단 1억을 모아라


1억. 어린 시절에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고 생각했었던 목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월급에서 월세와 필수적인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 매도 월에 150만원 저축하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더 일하면 된다. 마약처럼 매달 따박따박 꽂히던 월급이 없는 대신 내가 더 일하고, 덜 쉬면서 소득을 조절할 수 있다. 강제로 저축해 보기로 했다.

8월 24일, 퇴사한 지 4개월 차 되던 날에 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를 읽은 것이 계기였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띵했다. 내 소비는 '테러블'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가진 것도 없으면서 남들처럼 써야해, 그렇게 일했으니 스스로 보상해줘야 해 하면서 소비에 이유를 갖다붙이고 있었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 새벽 3시까지 이 책을 읽은 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적금을 마구 찾아서 등록해 두었다.


토스뱅크 키워봐요 적금, 국민은행 KB쿠폰북 적금, 케이뱅크 코드K 자유적금, 국민은행 KB 내맘대로 적금.

지금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적금이 진행되고 있다. 수입이 일정한 날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돈이 나가는 날을 분산시켜 두었다. 매주 목요일 토스에 일정 금액을 넣고 있다. 그리고 KB국민은행과 K뱅크는 매달 25일, 26일 즈음에 입금되게 설정해 두었다. 또한 매일 커피 한 잔, 식사 한 끼를 아낀다고 생각하고 평일에 13,000원씩 빠져나가게 해두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실천하고 있어서 뿌듯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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