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사, 나의 꿈
손가락도 잘 못 움직이고 종아리 근육을 다쳐서 마음대로 걷지도 못하니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앉아서 컴퓨터로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없으니 더욱 힘들다. 생각은 넘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이 상황이 때로는 참 얄궂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말로 풀어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사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태어난 게 맞다. 돌잡이 때 볼펜을 잡았으니.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이 좋았다. 읽고 쓰는 것이 놀이였고, 생각을 글로 옮길 때 비로소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았다. 목사는 말하는 사람인데, 나는 목사보다 교수 쪽이 더 맞았던 것 같다. 강단에서 선포하는 것보다, 책상 앞에 앉아서 한 문장 한 문장 다듬는 일이 내게는 더 자연스러웠다.
활발하게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기질을 보면 역사 탐험가가 딱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낯선 곳을 걷고, 오래된 것들을 들여다보고, 잊혀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 그런 일들이 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복음 전도와 설교하는 사역이 틀린 길은 아니었지만, 힘든 부분이 많고 열매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교인들과의 관계에서 겪은 갈등은 생각보다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선한 마음으로 섬기려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오해를 받기도 하고, 애써 쌓은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도 했다. 그럴 때마다 목회가 맞는 길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 기질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오랜 시간을 버텼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늘 어딘가 어색했다.
그래도 감사한 건, 목사의 길을 걸었기에 지금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길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내는 내가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곁에 있어 주었고, 말없이 나를 붙들어 준 사람이다. 자녀들까지 생각하면 감사는 더 넓어진다. 그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나온 날들이 충분히 의미 있었다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고 은혜였음을 믿기에 후회는 없다. 돌아보면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했던 길들도 사실은 이끌림이었다. 어긋난 것처럼 보였던 순간들도, 지나고 보면 다 제자리였다. 오직 감사할 뿐이다.
손가락이 잘 움직여지고, 종아리근육도 잘 회복이 되면,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내 은사에 맞고 기질에 맞는, 더 나다운 길을 가고 싶다. 그런 순례 여정을 걷는 삶을 살고 싶다. 억지로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내가 나인 채로 살아가는 삶. 그건 아마 글 쓰는 일이 될 것이다. 잘 회복해서, 하루에 몇 줄이라도 글을 꼭 써야겠다.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는 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도 결국 그것이다. 글 쓰는 사람. 그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