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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May 07. 2022

상황은 그대로지만 왠지

지난밤 잠을 설쳤다. 나는 매우 단순한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잠을 설치는 이유는 매번 비슷하다. 그 점에선 남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부부는 현재 백수나 다름없다. 남편은 5월부터 실업 상태이며, 나는 2017년 퇴사 후 사업자를 내긴 했으나 개점휴업 상태다. 한마디로 딱히 먹고 살 대책이 없이 지낸다는 말이다. 잠을 쿨쿨 잘 자면 그게 이상한 상황이다.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p.77


나도 자주 잠을 설친다. 작년 5월 내편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쇼핑몰을 시작했다. 희망에 부풀었던 처음과 달리 중국발 이슈와 거래 업체 내부의 변화 등으로 기대보다 수입이 적다. 매우 적다. 편성준, 윤혜자 부부처럼 '딱히 먹고 살 대책이 없이 지내'는 상태다. 


평소에도 자잘한 생각이 많은 나는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더욱 복잡한 인간이 되었고, 단순함의 최고봉이었던 내편도 조금은 복잡해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는 안 되는 사업에만 붙들려 돈 벌 궁리만 했는데 그러다 보니 괴로운 나날이 많아졌다. 사업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24시간을 사업을 위해 효율적으로 쓰지도 못했다. 유튜브에 붙들려 몇 시간을 보내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일상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5월부터 나는 꼭 지키고 싶은 루틴 '감사일기, 글쓰기, 영어 공부, 운동'하는 시간을 정하고, 내편은 아침 기상 시간을 앞당겨서 운동을 시작했다. 코로나, 사업 등으로 미루기만 했던 포켓볼도 즐기기 시작했다. 대신 날짜를 정했다. 그러니까 일에도 놀이에도 공부에도 규칙성을 부여하기로 한 거다. 


며칠 안 됐지만 이상하게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사업도 수입도 그대로인데 마음이 편해졌으니 참으로 신기하다. 가끔,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주변 상황이 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5월의 작은 변화로 우리의 내일이 차츰차츰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부드러운 바람에 기분 좋은 5월, 왠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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