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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May 28. 2022

함께 걸어요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많이 이에게 거론되는 소설은 어느 정도 유행이 지난 뒤에 읽게 된다. 인기가 많은 탓에 도서관에서 대출하기가 어렵고,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듣다 보면 기대가 커진 탓에 괜히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불편한 편의점>이 그랬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있고, 블로그 리뷰를 통해 좋다는 평을 자주 만나서 '연말쯤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획과 달리 일찍 읽게 된 건 모임 책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모임 기간 안에 도서관 대출은 불가능했지만,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청파동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영숙 여사는 서울역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린다. 그 파우치가 노숙인 독고의 손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아서 말까지 더듬는 독고. 다른 노숙인들에게 맞으면서까지 염 여사의 파우치를 지키려고 애를 쓰는 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과연 인기만큼 재미있을까..'라는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염여사와 독고의 발걸음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염여사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독고와 편의점 알바 (시현, 오 여사), 손님들 (작가 인경, 회사원 경만), 염여사 아들 민식과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과거를 캐는 곽 등의 사연이 펼쳐진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와 사연들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등장인물이 많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모두가 편의점이라는 무대에서 만나고 헤어지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복잡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염여사와 딸의 관계처럼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에피소드가 짧게 끝나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문제와 고민은 독고의 관심과 친절로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생각해 보면 독고는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기보다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놓게 하고 들어준다. 독고에게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은 이들은 각자의 답을 찾아 한걸음 나아가기도 하고, 곁에 있는 이들과 소통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독고 자신도 노숙인 생활 이전 삶을 기억해 내고 가족들과의 소통을 위해 용기를 낸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을 통해 관계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적극적으로 글을 쓰기 이전에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인생은 혼자다'라는 생각으로 관계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결국 인간의 삶이란 관계와 소통이 대부분이라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글을 쓰려면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 환경, 물건 등 주의에 존재하는 것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관찰하는 대상에 대한 궁금함이 생긴다. 나에게 주어진 문제에만 골몰할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사연과 생각, 행동의 이유, 삶의 과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들의 사연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공감을 받는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가족들,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혀 가며 함께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저마다의 문제를 풀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니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손님이나 타인에게 친절하듯
내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친절하자.
결국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행복이다.


삶이라는 길 위에서 저마다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우리들. 답을 찾아가며 함께 걷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불편한 편의점>을 추천한다. 독고의 친절과 따뜻한 마음을 통해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실마리를 선물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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