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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un 04. 2022

기분이 어떻든 쓴다

2주간 진행되는 '매일 글쓰기-매글' 32기 2주 차가 시작되었다. 매글을 하게 된 건 가볍게 참여한 글쓰기 모임 덕분이다. 어떤 주제로 쓰든 결국에는 내 안에 잠겨 있는 수많은 감정, 생각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좀 더 나를 알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쓰면 쓸수록 나를 만나게 되는 신기한 과정.


그 당시에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쓸모없는 존재인 것 같았다. 일을 그만두었던 때라 하는 일 없이 먹고 자는 내가 한심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어'라는 생각에 잠겨 괴로워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은 써도 써도 계속 쓸 수 있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글로 쌓이는 것을 보면서 나에게도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이 싹텄다. 나 자신이 그렇게 쓸모없는 존재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글쓰기에 매달렸다. 자주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서서히 나 자신을 너그러이 바라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편을 쓰는 글 모임으로는 부족해서 매일 같이 글을 쓸 멤버들을 모집했다. 모임을 직접 모집하고 운영할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뭐든 시작하기 위해서 몇 달, 몇 년을 고민하는 타입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절박했던 모양이다. 넘치는 열정으로 가득 찬 초반에는 매글 1~4기를 통해 100일 동안(주말 제외) 글을 썼다. 1~2기는 4주, 3~4기는 3주 과정으로 진행했는데 3주 이후에는 멤버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100일간 쉬는 기간 없이 쓰고는 지쳐서 약 4개월을 쉬었다.


쉬는 기간 동안 고민이 많았다.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은데 쉬지 않고 매일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열정에 기대어 쓴다면, 쓰기 싫을 때는 분명 오랜 기간 손을 놓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기복 없이 꾸준히 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매글을 다시 열어 '2주 쓰고 1주 쉬기'로 운영하게 되었다.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함께 하는 이들의 인증으로, 글마다 걸어둔 1,000원의 보증금으로, 10일만 힘내서 쓰면 된다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2주 정도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32기까지 무사히 이어오고 있으니 꾸준히 쓰기는 아직까지 성공이다.


하지만, 2년 동안 매글에 참여하고 글을 쓰면서도 기수마다 2주 차에는 글쓰기가 힘들다. '귀찮다. 쓰기 싫다. 오늘은 글을 쓸 기분이 아니다.'라는 마음이 슬슬 올라온다. 2주 글쓰기에 적응할 때도 됐는데, 글을 쓰려면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아야 하는 때가 종종 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앉아서 노트북을 열고 뭐든 적기 시작하면 써진다. 쓸 말이 없고 쓰기 싫다고 느껴지는 날에도 일단 앉아서 쓰면 된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처럼 글쓰기도 엉덩이의 힘이 필요하다. 일단 앉기, 뭐라도 쓰기. 생각과 감정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 '쓰지 않기 위한 변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버린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 당신 머릿속에 있는 것이 당신을 규정하는 게 아니다. '당신이 뭘 하는가'가 당신을 규정한다. 당신의 행동 말이다. 기분이 어떻든 행동을 한다. <시작의 기술> p128~129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쓰고 싶다, 쓰기 싫다'라는 생각에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쓰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글을 쓰고 싶다면 일단 앉아서 쓰자. 생각이나 기분과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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