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 Jun 11. 2022

그냥 지금처럼 쓰세요

<작가의 목소리>를 읽고


<작가의 목소리>는 모임 책으로 만났다. 낯선 문체 때문에 초반에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높임말을 쓰고 있긴 한데 편하게 툭툭 던지는 듯한 느낌이 어색했고, 잊을만하면 농담처럼 진심을 담아 작가의 책을 홍보하는 부분은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모임 책이 아니었다면 한두 페이지를 읽고 덮었을 게 분명할 만큼, 평소 선호하는 문체는 아니다. 겨우 읽어나가다가, 작가의 글쓰기 1원칙을 만난 뒤부터 자세를 고쳐 앉아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글 잘 쓰는 비법? 그런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게 있다면 누구나 진작에 따라 하지 않았겠는가. 안 그렇습니까? 글 잘 쓰는 법. 그런 거 없어요, 없어. 그럼에도 제가 작가의 꿈을 가지고 늘 품어 왔던 글쓰기의 1원칙이 있다면 이겁니다.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쓴다.’~ 책을 많이 쓴 누군가든, 이제 처음 글을 써보려는 누군가든, 방식은 동일합니다.
글쓰기에 잘하는 비법 따윈 없는 것. 누구라도 동일한 조건으로 할 수 있는 것. <작가의 목소리> p.19~22


맞다.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쓴다. 그뿐이다. 글을 쓰는 방식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누구든 백지를 마주하고 앉아 모두와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된다.


매일 글쓰기를 이어가는 이들을 겨냥해서 '무턱대고 매일 써도 글 실력 안 늘어요. 무작정 쓰면 안 돼요. 매일 쓰지 말고 체계적으로 배우세요.'라는 말속에 은근히 매일 글쓰기를 평가절하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저마다의 방법이 있는 건데 굳이 특정 방법을 콕 짚어 공개적으로 비난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슬퍼졌다. 게다가 매일 글쓰기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배우지 않고 무작정 쓴다는 근거는 뭘까? 불편했다. 나처럼 '매일 쓰며 스스로 깨치고 배우고 쓰는 방법이 맞는 이들도 있겠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정해진 비법 따윈 없고, 각자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겨우나마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낮춤말로 할지 높임말로 할지, 자신이 쓰려는 글이 어떤 식의 문체여야 독자에게 더 가닿을 수 있을지, 자신의 개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글의 형식은 어떠한 것인지. <작가의 목소리> p.54


내 생각을 읽은 듯이 '글 잘 쓰는 비법 따윈 없고, 각자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저자가 마음에 쏙 들었다.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무턱대고 쓰는 것도, 무작정 쓰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매일 글쓰기(매글)는 글쓰기의 자습 시간이다. 다양한 모임과 책, 영상, 강의 등을 통해 배운 것들을 매일 글에 담으며, 나에게 맞는 글쓰기 방법을 찾아가는 창구다. 2년간 이런저런 모임에 참여하고 책을 읽으며 깨달은 내 방법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글 모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합평을 통해 배우고, 매글(매일 글쓰기 모임)을 통해 꾸준히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음을 인정하며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 신이 났다.


작가는 합평, 필사 등 일반적으로 글쓰기에 좋다는 것들도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고액의 책 쓰기 강의도 시원하게 비판한다. 해보고 안 좋다고 주장하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지만, 결국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것도 누군가에겐 쓰레기로 보일 수 있는 법. 결국은 세상 많은 일이 그렇듯 글쓰기 또한 진리의 ‘케바케’라는 것"


독특한 문체와 반복되는 작가의 책 홍보 때문에 농담을 하는 건가..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가만히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거대한 농담 덩어리에 담긴 작가의 진심을 발견하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글쓰기와 책 쓰기에 관한 진지함은 독특한 문체 안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낸다. 뭔가 쓰고 싶은데 새하얀 빈 화면이 두려운 사람, 그럼에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람, 글을 쓰고 책도 내고 싶은 사람 등 수많은 '쓰는 사람 &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기분이 어떻든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