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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ul 30. 2022

넘치는 생각과 함께 살기

나는 생각이 매우 많은 편이다. 밤잠을 설칠 때는 이유가 늘 비슷하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낮에는 졸리면 바로 자는데, 왜 밤에는 유독 생각이 많아질까. 분명 졸음이 쏟아져서 누웠는데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각 때문에 1~2시간을 뒤척인다. 

20대 때는 생각이 없는 사람인 척 살았던 것 같다. 마음이 쓰여도 안 쓰이는 척, 타인의 말에 고민이 되면서도 안 그런 척, 대화가 불편한데 즐거운 척, 어떤 일에도 쿨한 척.. 억누를수록 솟아나는 생각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봤다. 

명상을 하면 생각을 덜어낼 수 있다는 얘기를 주워듣고 명상에 도전했다. 그런데 명상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생각이 덜어지지도 멈추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생각과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가벼워진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아니다. 자전거를 타면 평소 고민하던 무언가가 떠오르며 머릿속이 바빠진다.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여서 그런지 어지럽던 생각 중에 한 가지에 집중하게 된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생각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3년 전부터 시작한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생각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글을 쓰면,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글로 쏟아버리면, 생각이 정돈되고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다. 글을 쓰면 머릿속이 정돈되는 것은 맞지만 또 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참 황당했다. 하지만 생각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없애려는 대신 마음껏 풀어놓겠다고 다짐하니까 오히려 억눌렀을 때보다 편해졌다. 

생각을 줄이거나 없애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점점 받아들이게 된다. 생각을 멈추고 그저 멍하니 있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게 참 어렵다. 그럴 때는 멍하니 볼 수 있는 영상을 보게 되는데, 종일 영상만 볼 수도 없으니 대체 어째야 할까 답답할 때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글을 쓸 때는 생각이 정돈되고 가벼워진다. 글 한편이, 머릿속에 있는 생각 하나를 담는 또 다른 뇌라는 느낌도 든다. 한 편을 쓰고 나면 또 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글을 쓰는 그 시간만큼은 몇 가지 생각을 빈 화면에 늘어놓으며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넘치는 생각과 같이 살기 위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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