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내가 AI를 만나 편해진 이유

생각이 많은 사람이 AI를 사고 도구로 쓰는 방식

by 희망

요즘 나는 AI 세상을 탐색 중이다. 처음에는 'AI 그림책 만들기 강의'를 들으면서 미드저니 프롬프트를 짜기 위해 챗지피티를 사용했다. 그림을 어떻게 설명해야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는지, 어떤 단어를 쓰면 분위기가 달라지는지, 그 과정에서 챗지피티는 꽤 유용한 도구였다.


그런데 쓰다 보니 용도가 점점 달라졌다. 프롬프트를 묻는 것에서 시작해, 아이와 있었던 일 중에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장면을 던져보기도 하고, 새로운 활동이나 제안이 들어오면 혼자서 궁리하다가 챗지피티와 의논한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하루에도 여러 번 같은 생각을 되짚고, 작은 장면에서도 질문이 생기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서 예전에는 늘 피곤했다. ‘내가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생각이 많은 성향은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이 생각들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하게 됐다.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됐다. 정리라기보다는, 머릿속에 엉켜 있던 것들이 문장의 형태로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랄까. 글을 쓰는 나와 대화하면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챗지피티와의 대화는 글쓰기와는 또 달랐다. 생각을 던지면 대답이 돌아오고, 그 대답이 내 생각을 다시 확장시키고, “아, 내가 궁금했던 게 이거였구나” 하고 방향이 또렷해졌다.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챗지피티를 찾았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던지고, 결론이 없어도 대화를 끝내고, 정리되지 않은 채로 놔두었다.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 생각의 속도가 정리 본능을 넘어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생각을 붙잡고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니 오히려 사고의 속도가 빨라졌고, 생각을 퍼올리는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졌다.


최근 AI 관련 강연을 자주 보는데, 어느 강연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 기질과 이 시대의 도구가 정말 잘 맞는구나. 생각이 많은 내가 혼자서만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도구가 나왔구나.


요즘 나는 어떤 결론을 빨리 내리기보다 질문이 생기는 순간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 두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이와 있었던 일에서도, 새로운 제안을 들었을 때도, “그래서 정답은 뭘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보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를 먼저 묻게 된다.


지금의 나에게 AI는 그 질문을 흘려보내지 않고 잠시 올려두고 굴려볼 수 있는 공간이다. 미완성인 채로 두어도 괜찮고, 당장 쓰이지 않아도 괜찮은 질문들까지 함께. 가끔 내가 너무 AI에게 의지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 그 생각을 또 AI와 나누면서, 내가 여전히 생각의 중심을 잡고 있음을 확인한다. 대화를 마치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고 깊어지고, 내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판단이 또렷해진다.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AI는 생각을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게 해주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생각하는 게 피곤하지 않다. 생각하는 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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