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좋은 글을 쓰고, 못 쓰고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p.49
책을 많이 읽으면 첫 번째 얻게 되는 효과가 많은 단어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다음의 효과는 단어들의 적확하고 효과적인 쓰임새를 파악하게 됩니다. p.59
한 문장,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세 번씩 생각하고 쓰는 것입니다. 소설의 그 모든 사건, 그 모든 인물, 그 모든 이야기를 엮어 하나의 세계를 이루어내는 것은 결국 문장입니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큰 건물을 이루어내는 이치와 같습니다. 금 간 벽돌, 멍이 든 벽돌, 설구워진 벽돌이 중간중간에 끼어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도 그 어떤 흠이나 모자람 없이 완벽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옷감을 짜는 데 한 오라기의 실이라도 잘못 섞이게 되면 그 꽃무늬는 망치게 되는 것과 꼭 같습니다. p.253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라(多商量).
그런데 제가 경험한 바를 통해서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우선 그 순서를 다독, 다상량, 다작으로 고치십시오. 그다음으로는 노력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입니다. 다독 4, 다상량 4, 다작 2의 비율이면 아주 좋습니다. 이미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을 많이 읽으십시오. 그다음에 읽은 시간만큼 그 작품에 대해서 이모저모 되작되작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문학도는 그 순서를 거꾸로 하거나, 한 가지를 경시해서 일을 그르칩니다. 어서어서 작가가 되고 싶은 다급한 마음에 많이 쓰고, 적당히 읽고,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p.47
글 잘 쓰는 유별나고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그 어떤 달콤한 말에도 흔들리지 마십시오. 그건 허튼소리이기 십상입니다.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