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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ul 21. 2020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의 저자 장윤영 작가님께 글쓰기에 대한 책을 추천받아 알게 되었다. 소설을 즐기지 않는 편이고, 사회나 역사 문제에 대한 책은 더더욱 읽지 않아서 조정래 작가의 에세이라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태백산맥’은 읽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그저 ‘재미있었다’라는 기억이 전부인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주로 대학생인 독자들이 보낸 질문 500여 가지 중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을 84개로 간추렸다. 질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답을 주는 형식이다. 질문은 크게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으로 구분된다. 한 편의 글이 7페이지 이내로 짧고, 3페이지 이상 되는 글은 소제목을 달아 내용을 구분해 놓아서 이해하기 쉽다. 한 편의 글 자체가 ‘글쓰기의 교본’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집중이 어렵지 않을까.. 공감하기 힘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조정래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작품을 통해 들려주는 문학,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진지한 삶의 태도와 작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자세 등에 대한 생각을 책 전반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말’에 자전 소설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말이 있는데 맞다. 특히 직접 경험한 일, 아내 김초혜에 대한 애정을 담은 글은 소설처럼 흥미롭다. 진지하면서도 재치 있는 글로 지루할 틈이 없다. 게다가 독자들이 질문한 문장을 그냥 넘기지 않고 손질하면서 단어의 올바른 사용, 문장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조언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수업 내용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다.


요즘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아서 글쓰기에 대한 부분이 가장 와 닿았다.


1. 단어는 문학의 밥

좋은 글을 쓰고, 못 쓰고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여부로 결정된다. p.49
책을 많이 읽으면 첫 번째 얻게 되는 효과가 많은 단어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다음의 효과는 단어들의 적확하고 효과적인 쓰임새를 파악하게 됩니다. p.59


1월부터 글쓰기 모임에서 매주 글을 제출하고 합평하면서 특정 단어를 반복해서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멤버들의 조언에 따라 반복되는 단어를 유의어로 바꾸었더니 보다 깔끔한 글이 되었다. 그때부터 퇴고를 할 때 유의어를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작가는 더 나아가 다양한 단어를 익히는 것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이라고 말한다. 그 해결책으로 다독을 권한다.


2. 한 문장을 세 번씩 생각하기

한 문장,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세 번씩 생각하고 쓰는 것입니다. 소설의 그 모든 사건, 그 모든 인물, 그 모든 이야기를 엮어 하나의 세계를 이루어내는 것은 결국 문장입니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큰 건물을 이루어내는 이치와 같습니다. 금 간 벽돌, 멍이 든 벽돌, 설구워진 벽돌이 중간중간에 끼어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소설의 문장 하나하나도 그 어떤 흠이나 모자람 없이 완벽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옷감을 짜는 데 한 오라기의 실이라도 잘못 섞이게 되면 그 꽃무늬는 망치게 되는 것과 꼭 같습니다. p.253


이 글을 읽고 다시 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여러 편의 대작을 쓴 작가도 이렇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공을 들이고 정성을 다하는데,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했으면서 왜 더 좋은 글을 쓰지 못하는지 자책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전체적인 내용이나 글의 흐름에만 신경을 썼지 문장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어떤 글은 한 번의 퇴고도 없이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당장 모든 문장을 세 번씩 곱씹어 쓰기는 어렵겠지만, 내 글에 알맞은 벽돌이 놓였는지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성실하게 퇴고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대신 ‘대장장이가 강한 쇠를 얻기 위해 몇 차례씩 담금질을 하는 것(p.254)'처럼 차근차근 나만의 징검다리를 놓아야겠다.  


3.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유일한 방법 삼다(三多)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라(多商量).

 그런데 제가 경험한 바를 통해서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우선 그 순서를 다독, 다상량, 다작으로 고치십시오. 그다음으로는 노력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입니다. 다독 4, 다상량 4, 다작 2의 비율이면 아주 좋습니다. 이미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을 많이 읽으십시오. 그다음에 읽은 시간만큼 그 작품에 대해서 이모저모 되작되작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문학도는 그 순서를 거꾸로 하거나, 한 가지를 경시해서 일을 그르칩니다. 어서어서 작가가 되고 싶은 다급한 마음에 많이 쓰고, 적당히 읽고,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p.47


‘글 잘 쓰는 요령은 없다’면서도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삼다(三多)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구태의연한 처방이지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강조한다.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뒤부터 끊임없이 들었던 단어지만 그저 당연한 말이라고 여겼다. 이 글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다독 8, 다상량 1, 다작 1’의 비율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 같다. 쓰기 전에는 읽기만 했고 글에 욕심이 생긴 이후로는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글만 많이 쓰려고 했다.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다고 믿었는데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그것도 책을 읽은 시간만큼 가져야 한다는 말이 신선했다. ‘읽기 4, 생각 4, 쓰기 2’로 노력의 시간을 배분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서 실험을 해 보았다. 이틀 동안 책을 읽고 같은 기간 동안 그 책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후 글을 써 보았는데, 책을 읽고 바로 글을 썼을 때보다 수월하게 써졌다. 생각정리도 잘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좀 더 연습을 해 봐야 분명한 효과를 알 수 있겠지만 작가를 믿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방법이다.


글 잘 쓰는 유별나고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그 어떤 달콤한 말에도 흔들리지 마십시오. 그건 허튼소리이기 십상입니다. p.48


글 잘 쓰는 방법을 찾아 방황하던 나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논리로 그런 방법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글쓰기에 지칠 때, 글에 욕심이 생겨 흔들릴 때마다 펼쳐 들고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책이다. 글 쓰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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