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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ul 18. 2020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내 안의 현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


위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도 자라는 우리 자신의 내면적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은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다. 나는 충분히 잘해 낼 수 있는 것도 '저 사람이 나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망쳐 버리곤 했다. 나는 더 자유롭고 더 눈부시게 날아오르고 싶은데 '사람들이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내 안의 검열 때문에 날고 싶어도 날지 못한 적이 참으로 많았다. 이렇게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자기 검열이 바로 내가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할 '내 안의 괴물'이다.

내 안의 괴물과 싸워 이기기 위해, 우리는 '그 무엇과도 용감히 대적할 수 있는 내 안의 힘'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의식이 아직 느끼지 못할 때조차도, 우리 무의식 안에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자기 안의 현자'가 있다.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고, 모든 슬픔을 치유할 수 있는 자기 안의 가장 용감하고 지혜로운 멘토가 있다. 바로 그런 자기 안의 멘토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내적 성장의 황금열쇠다.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p160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눈치를 보고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명확하게 인지한 것은 작년부터 시작한 독서모임에서였다. 멤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멤버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어떤 이미지 일지를 상상하다가 적잖이 놀랐다.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듯한 사람에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나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무관심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를 좋아한다고 여겼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후로 비슷한 마음이 들 때마다 감정을 배제하고 나를 관찰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잘하고 싶은 욕심, 주목받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척'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날도 있었고, 상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작 내 생각은 무시해버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날도 있었다. 그동안 내가 참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눈치를 살피면서 뭐든 잘하고 싶어 하는 내가 안쓰러웠다.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너 지금 저 사람 눈치 보고 있어.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눈치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지고 있는 걸 거야. 그런데 있잖아. 다른 사람 눈치는 안 봐도 돼. 저 사람과 너는 그냥 다를 뿐이야.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에서 정답은 없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각자가 원하는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고 타인을 부러워하는 모습도 있어. 남을 부러워한다고, 눈치를 본다고 너무 자책하고 미워하지 마. 비난할 필요 없어. 너는 너의 생각, 너의 감정, 너의 성격에서 나오는 너의 이야기를 하면 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지나온 삶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너도 그래. 충분히 매력 있어.'


자주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편안해졌다. '사람들이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내 안의 검열관이 출동할 때마다 그런 나에게서 빠져나와 걱정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고 안심시켜주었다. 남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던 마음을 '내가 있어. 내가 너에게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어'로 바꾸고 나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그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은 14주 동안 진행했던 '매일 글쓰기'와 미작(글쓰기 모임)이다. '매일 글쓰기'에서는 나만이 볼 수 있는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할 말이 너무 없어서 A4 반 페이지도 채우지 못했는데 이제는 못 말리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매일 글쓰기'에서 솔직한 글을 쓰다 보니 미작(글쓰기 모임)에서도 조금씩 나를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글을 내놓아도, 어떤 마음을 쏟아내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멤버들 덕분에 점점 기가 살았다. 개성 넘치는 멤버들의 글을 읽고, 사랑이 넘치는 (분명 그건 사랑이다) 평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다름'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마음을 툭 내려놓게 되어 나 자신과 나누던 대화를 미작인들과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도 '눈치 보고 비교하고 자책하는 나'를 자주 만날지 모른다. 하지만 뭐 어때. 괜찮다. 이제 나에게는 든든한 내편 '누구도 건드릴 없는 내 안의 현자'가 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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