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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ul 17. 2020

평생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교환일기 쓰기 :  매력적인 N 님께, '초예측'을 읽고

N 님,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소개해주신 ‘초예측’ 정말 잘 읽었습니다.

기존에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매고 있는 저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어요. 일 년 전이라면 와 닿지 않았을 주제들인데 지금은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잘 읽혔어요. 때마침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대입 때보다도 더 치열하게 공부했어요. 학생 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원하는 대학은 어디든 갈 수 있었겠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답니다. 처음 강사(중등)를 시작할 때는 3개 학년 과정만 제대로 공부하면 그 뒤에는 힘들게 연구하지 않고도 편하게 먹고살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 기대 때문에, 3년만 버티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때가 올 거라는 믿음 덕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이 어찌나 많은지요.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이 눈덩이처럼 커졌어요. 어느 정도 공부해서 그냥저냥 먹고사는 것은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이렇게 끝도 없는 공부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때 즈음 임신을 계기로 일을 놓아버렸답니다.


한 때는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진심으로요.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는데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곧 쓸모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어릴 적 행복한 기억만 가득한 시골에서라면 저의 느린 속도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서울이 주는 편리함과 매력을 포기할 수 없고, 시골로 갈 용기도 없었던 저는 어쩔 수 없이 또 공부하기로 했어요. 공부는 평생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된 시기였답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무용(無用) 계급’이 되지 않기 위해 변화하는 세상을 배워서 제 자리를 찾고 싶었어요.


인생을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로 설계하는 기존의 발상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풀타임 근무나 정년퇴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더욱 세분화된 인생 단계에 따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살게 될 거예요.                                                                                                            초예측 p.177


‘교육-일-은퇴’의 3단계 인생은 이제 정말 끝난 것 같아요. 강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직종도 한번 배운 것을 가지고 편히 일할 수 있는 분야는 없더라고요. 노동력을 투자해 일한 시간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다양한 파이프 라인을 만들기 위해 첫 번째로 도전한 것이 이모티콘 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대박 이모티콘을 하나 만들면 계속해서 수입이 들어올 거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졌답니다. 하지만 이모티콘 시장도 급속도로 변하더라고요. 어제 만들었던 캐릭터가 오늘 출시된 캐릭터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아주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카의 캐릭터를 등록하고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함께 이모티콘을 만들고 있는 멤버들의 생산 과정과 속도를 보면서, 이모티콘 제작 강의를 하는 분도 꾸준히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을 보면서, 제자리에 머문 상태로 편안하게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시대는 정말 끝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삶에서는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만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이 3단계를 거쳤기에 개인은 단계별 변화를 의식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단계의 삶에서는 변화의 방향과 정도, 시기를 스스로 조절해 결정해야 합니다. 그때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해야겠죠. 그래서 저는 무형 자산의 큰 줄기 중 하나로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변형 자산을 꼽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나 변화를 돕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변형 자산에 해당합니다. 앞으로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산이 될 거예요.                                                      초예측 p.180


전대미문의 감염병인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사람들의 행보를 통해 어떤 유형이 무용 계급이 될지, 어떤 유형이 ‘대변혁기’에 적응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발가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말이에요. 우리의 옷깃을 스치게 해 준, 상황에 따라 오프와 온라인 모임을 병행하며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꼬양님은 수영복을 든든히 챙겨 입고 계신 것 같죠? 형태도 없이 쭉쭉 늘어나는 ‘슬라임’처럼,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며 적응하는 포켓몬의 보라색 반고체 요괴 ‘메타몽’처럼 어떻게 하면 ‘평생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큰 과제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나 변화를 돕는 네트워크’ 하나는 이미 가지고 있네요.


저는 ‘대변혁기’의 한가운데에서 제 자리를 찾기 위해 꽤 노력 중입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변형 자산’을 장착하기 위해 낯선 길을 걷고 있는 중이에요. 그 길 위에서 N 님을 만나 이렇게 함께 걷게 되어 꽤 신이 난답니다. N 님이 던져 준 좋은 질문 덕분에 ‘나는 과연 어디쯤 서 있는지’ 생각해 보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역시 매력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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