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마스다 미리)' 을 읽고
성격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이다. 성미가 급해서 이내 발끈한다. 그 탓에 아버지는 남들과 걸핏하면 충돌하고, “그럼 때려치우겠어!” “니들 마음대로 해!” 등등,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리고 손해를 보는 타입이다. 반론을 하면 발끈한다. 설득하려는 사람한테 발끈한다.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발끈한다. 발끈하기만 하는 아버지. 그 탓에 나도 몇 번이나 부딪혔다.
단순한 사람이기도 했다. 자기한테 의지하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또 아부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궂은 역할을 떠맡은 적도 있지 않았을까.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의식하지 못하고 의기양양하다. 즐거울 때만 웃는 무뚝뚝한 사람. 근면한 노력가. 성실한 사람이다. 인색하지 않은 것은 아버지의 미덕이었다. p.22
아버지는 옛날부터 홋카이도에 가보고 싶다고 곧잘 말했다.
“아빠, 다녀오시죠? 혼자 가볍게.”
나도 엄마도 여동생도 누구 한 사람 “같이 가요.”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당신이 운전하는 차로 천천히 여행하면서 홋카이도를 초종 목적지로 하고 싶은 것이어서, 다들 그런 데 어울리는 것은 질색!이라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혼자 고집부리고, 성질을 낼 것이 눈에 보였다. 결국 아버지가 홋카이도 땅을 밟는 일은 없었다.
같이 가주었더라면 좋았을걸.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때 같이 가고 싶지 않았던 내가 아버지의 딸이다. p.94
슬픔에는 강약이 있다. 마치 피아노 리듬처럼 내 속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커졌을 때에는 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파도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