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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Aug 13. 2020

여러분의 기분은 어떤가요?

아티스트 웨이 '모닝 페이지'

글쓰기 모임(미작)에서 매주 책을 한 권 읽고 글을 써서 합평하고 있어요.

이번 주 책은 '아홉 살 마음 사전'이었습니다. 감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는 어린이 책이에요.


"내 마음을 두드리는 표현들을 엮어 나의 이야기로 풀어 보세요"가 미션이었습니다.

한 감정을 키워드로 잡아 글을 쓰고 싶었는데 한 줄도 못 쓰고 모임 전날이 되었답니다.


올해 초만 해도 모임 전에 글을 못 쓰면 밤을 새워서라도 쓰거나, 모임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엔 모임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썼어요. 글의 질과는 별개로 '어떤 글이든 쓰는 것'은 조금 좋아진 것 같아요. 글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일기든, 편지든, 블로그 글이든 술술 쓴다는 분들이 참 부러웠거든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2시간 동안 글을 완성해야 했어요. 빨리 쓰기 위해 가장 편하게 느끼는 '편지글'의 형태로 '요즘 쓰고 있는 모닝 페이지에서 감정을 털어놓는 부분'에 대해 썼어요. 퇴고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마감에 쫓기며 글을 쓰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재밌다고 느끼다니 참 신기합니다. 원래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드는 감정은 불안, 초조, 괴로움뿐이었거든요. 재밌다고 느끼는 제가 낯설면서도 정말 반가웠어요.


글쓰기에 최적화된 장소는 카페도 절간도 내 방도 아니다. 마감이라는 시간의 감옥이다.
오도 가도 못하고 한 글자씩 심어 나갈 때 열리는 글 숲이다.

글쓰기란 생각의 과정을 담는 일이다. 생각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중지하는 것이다. 글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이 필요하다.

쓰기의 말들, 은유, p.129, p.203


5월에 '쓰기의 말들'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지 못했던 위 문장들이 이제는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마감 전에 몰입해서 2시간 동안 글을 쓰고 제출'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즐거웠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변화하는 제 모습을 이렇게 세세하게 기록하는 이 시간도 즐겁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한 것이 다음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희망입니다.

지금은 모임 날 아침 7시예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편인데 결국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글을 쓰기 시작하네요. 더군다나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제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어서 모임 전날 밤에 꼭 글을 마무리하는데 어제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잤어요. 학원 강사를 시작한 이후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이번 주에는 이른 시간부터 졸리거든요.


일어나자마자 쓰는 ‘모닝 페이지’ 덕분인데요, 여러분 혹시,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 아세요?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진행되는 일과삶님의 ‘서평 쓰기’ 모임에서 읽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목과 회색빛 표지를 보고 소설인 줄 알았어요. 아티스트 웨이는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라는 부제가 달린 자기 계발서예요. ‘자기 내면의 예술적 창조성을 발견하여 자신이 상상했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답니다. ‘창조성’이라니 예전 같았으면 ‘나에게 무슨...’이라며 무시하고 지나쳤을 책이지만, 글을 쓰면서 저에게도 어쩌면 창조적인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있던 참이라 마음을 열고 읽기 시작했답니다.


‘아티스트 웨이’의 초반에 등장하는 것이 ‘모닝 페이지’에요.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나가는 것’이랍니다. ‘세 쪽을 가득 채울 때까지 무슨 말이든 쓰는 것(p.49)’, ‘두뇌의 배수로(p.45)', ‘논리적 두뇌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게 하고 예술적 두뇌는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p.51)', '당신의 부정적인 검열관을 떼어버릴 수 있다.(p.51)', '성실하게 쓰면 누구든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지혜의 샘에 닿을 수 있다.(p.54)' 등 모닝 페이지를 써야 하는 이유가 가득 있어요. 좋다고 해서 다 따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날까지 모닝 페이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상이 시작되기 전에 세 페이지나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더라고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조건 일단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법과 은총, 그리고 힘을 지니고 있다. -괴테

아티스트 웨이 p.131


8월 8일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총 5일을 썼네요. 첫날에는 빈 종이를 채우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펜을 쥐고 글을 쓰는데 손과 팔이 아프더라고요. A4도 아닌 A5 세 쪽을 채우는데 50분 정도 걸렸어요. 사실 ‘꼭 손으로 직접 써야 하나, 노트북에 쓰면 안 될까..’ 고민했지만 일단 2주 동안은 펜으로 쓰기로 했답니다.


원래 아침마다 ‘액션 일기’를 손으로 썼어요. 3년 뒤 원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한 뒤, 상상한 일들이 이미 일어났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담아 글을 쓰는 거예요. 펜을 들고 A5 한 페이지를 채웠는데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중단했어요. 약 5개월 동안 긍정적인 감정을 담아 글을 쓰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첫날 모닝 페이지가 ‘화이팅, 할 수 있다’로 끝나더라고요.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구나.. 웃음이 났어요.


모닝 페이지에는 타인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써요. 마침 미작에서 ‘아홉 살 마음 사전’을 읽으면서 감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귀찮다, 두렵다, 밉다, 걱정스럽다, 괴롭다, 당황스럽다, 부끄럽다, 불안하다, 서럽다, 신난다, 어이없다, 짜증스럽다, 초조하다, 편안하다, 행복하다, 흐뭇하다’등의 감정이 등장하더군요. 감정을 명확하게 그려내는 것은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지난번 J 님께 썼던 편지에 이야기했듯이 ‘불편함’으로 뭉뚱그려 처박아두었던 감정들을 글쓰기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불편하다’로 퉁쳤던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슬프다, 속상하다, 외롭다, 괴롭다, 불안하다, 화가 난다' 등으로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는 거죠.


이번에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는 외면했던 감정 - 마음이 상했는데 그 감정을 돌보지 않고 그냥 넘어갔던 일,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화를 내지 못했던 상황 등 - 을 복기해서 그때의 제 감정을 돌아보고 있어요. 떠오르는 감정에 적당한 이름도 붙여보고요. 세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허황된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구요. 다양한 감정과 생각, 엉뚱한 계획들로 빈 페이지를 꾸미고 있어요.


참 신기한 일은 이제 고작 5일이 되었는데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는 거예요. 모닝 페이지는 ‘일종의 명상’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요즘 한 가지 활동을 할 때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걱정하느라 마음이 바빴거든요. 널뛰는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매일 명상을 잠깐 했었는데 습관으로 만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명상을 할 때처럼 다시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답니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이틀 뒤부터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조용해졌어요. 화도 덜 내고요.


자신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하자. 하루에 몇 번씩 자신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고 그 대답에 귀 기울여 친절하게 대응한다. 만약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면 휴식과 위로를 자신에게 약속해 준다.

p.144 아티스트 웨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감정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는 일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 여러분의 기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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