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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Sep 19. 2020

나에게도 창조성이?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아티스트 웨이’는 일과삶님이 진행하는 ‘서평으로 시작하는 글쓰기’의 두 번째 책이다. 제목과 회색빛 표지를 보고 소설인 줄 알았는데, 1992년에 출간한 이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베스트셀러다.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라는 부제처럼 ‘자기 내면의 예술적 창조성을 발견하여 자신이 상상했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창조성’이라니.. 예전 같았으면 ‘나에게 무슨...’이라며 무시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어쩌면 나에게도 창조성이 있을지 모른다’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던 참이라 마음을 열고 읽기 시작했다.


‘예술, 창조성, 신, 아티스트’ 책을 읽는 내내 만나게 되는 말들이다. 첫 페이지부터 이런 단어를 만나게 되자 슬슬 걱정이 되고 부담스러워졌다. 특히 ‘위대한 창조주’라는 표현은 나를 머뭇거리게 했다.


“위대한 창조주라고? 무슨 사이비 종교 얘기 같군. 너무 기독교적인 것 같기도 하고 뉴에이지 구호 같기도 하고 말이야.” p.21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저자는 신의 개념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의 과정을 통해 성과를 거두는 데에 신의 개념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아니, 일반적인 신의 개념은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으니 의미론적으로 해석해서 또 하나의 장벽을 만들지 말기 바란다. 이 책에 나오는 신이라는 단어를 ‘자연에 순응하는 방향이나 흐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창조적인 힘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부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용하느냐이다. ‘신’을 정신적 감응의 한 형태로 생각하는 것도 아주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p.22”


책에 거리감이 생기려던 순간, 친절한 저자의 구체적인 안내 덕분에 마음을 활짝 열고 몰입하게 되었다.




자기 내면의 예술적 창조성을 발견하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이다.


1) 모닝 페이지

모닝 페이지란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나가는 것(p.45)'이다. ‘세 쪽을 가득 채울 때까지 무슨 말이든 쓰는 것(p.49)’, ‘두뇌의 배수로(p.45)', '창조성 회복의 실마리(p.47)', '부정적인 검열관을 떼어버릴 수 있다.(p.51)', '지혜의 샘(p.54), 능동적인 명상(p.347)' 등 모닝 페이지를 써야 할 이유가 가득하다.


모닝 페이지를 쓴 지 약 6주가 되었다. A5 세 쪽을 채우는데 평균 50분 정도 걸린다. A4에 도전하려다가 태평양처럼 넓은 빈 종이를 마주하고 겁이 나서 A5에 쓰기로 했다. 포기보다는 작은 종이에라도 쓰는 것이 나으니까. 첫날에는 빈 종이를 채우는 것이 관건이었다. 손과 팔이 아프고 쓸데없는 생각만 들었다. 꼭 손으로 써야 하나, 노트북에 쓰면 안 되나, 언제 세 페이지를 다 채우지.. 놀랍게도 이틀 뒤부터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명상 초보인 나에게 명상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두서없이 솟아오르는 생각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급한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것인데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


10일째 되던 날 ‘한 페이지 반을 넘어가면 어느 순간 훅~ 몰입해서 쓰게 된다. 그래서 세 페이지를 쓰게 하나 보다’라는 말로 모닝 페이지를 마무리했는데 다음 문장을 만났다.


“혹시 한쪽 반이 넘어가면 진실이 튀어나온다는 것을 알아챘는가? 많은 사람들이 가식적인 한쪽 반을 쓴 뒤에야 진짜 보물이 쏟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190"


소름이 돋았다. ‘쓰기 싫다’로 시작한 모닝 페이지가 한쪽 반이 넘어가면 어느 순간 속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싶어서 용기가 솟았다. 특히 ‘가식적인 한쪽 반’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쓰기 싫다, 귀찮다, 이걸 왜 쓰고 있나, 그래도 계속 써보자’로 가득해도 괜찮다는 거니까.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고민이 될 때마다 저자는, 그런 순간에도 꾸준히 써보라며 친절하고 구체적인 말로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준다.


2) 아티스트 데이트

“아티스트 데이트는 감수성을 위한 것으로, 창조적 의식을 키워나가기 위해 신나는 활동을 펼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p.347"


모닝 페이지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뚜렷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면, 아티스트 데이트는 모닝 페이지가 전송한 신호를 수신하는 과정이다. 매주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모닝 페이지에 빠져서 ‘아티스트 데이트’에는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평소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갖는 편이라서 늘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토론 날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티스트 데이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매일 누리고 있다고 믿었던 혼자만의 시간을 되짚어보니, 청소를 하고 책을 읽다가 전화가 오거나 카톡이 울려서 또 다른 활동을 하고.. 온전히 내 안의 ‘어린아이’와 단둘이 소풍을 즐겼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매주 두 시간, 나에게 신나는 시간을 선사해주려고 한다.   


3) 12주 간의 프로젝트

안정감, 정체성, 힘, 개성, 가능성, 풍요로움, 연대감, 의지, 동정심, 자기 보호, 자율성, 신념을 회복하기 위해 12주 동안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친절하고 따뜻한 태도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혼자서도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읽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주 과제를 하면서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과 과정을 공유하면 효과가 클 것 같다. 저자도 소모임을 적극 권하면서 책의 말미에 ‘창조성 소모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블로그 이웃 중 몇 분이 12주 간의 워크숍(혼자서)을 진행하고 있다. 선뜻 시작하지 못했는데 많은 분들의 기록을 보면서 용기를 냈다. 혼자 해보고 부족함을 느끼면 모임에 참여하려고 한다. 1주 차 과제를 끝내지 못하고 2주가 되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4주 전부터 쓰던 모닝 페이지 덕분인지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정해진 기간을 지키면 좋겠지만 밀리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해 나갈 예정이다. 정 안 되면 13주에 끝내면 되니까.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올해 초 ‘이렇게 살 순 없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글쓰기 모임, 영어 공부, 이모티콘 제작, 코칭받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많은 시간을 글을 쓰면서 보낸다. 글을 쓰면 쓸수록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고작 6주가 되었지만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여유로워졌다. 행동하지 못하게 스스로를 막아 세웠던 것들이 하나하나 치워지는 느낌이랄까. 필요할 때 만나게 된 이 책이 참 반갑다. 12주 후의 내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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