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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Nov 16. 2020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M : 그래서 이제 가야 할 길을 찾았니?


Y : 음.. 잘 모르겠어. 독서와 글쓰기.. 재미있어서 하고 있긴 한데.. 그런데 이것으로 무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M :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거야?


Y : 아니.. 그래도.. 이렇게 버는 돈 없이 내내 놀 순 없잖아.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돈을 벌어야 하는 거 아닐까? 어쩌면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돈까지 벌고 싶다는 내 욕심 때문에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M : 그게 너만의 욕심은 아닌 것 같아. 요즘 그런 책과 영상, 강의들이 많잖아.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잘하는 것, 관심이 가는 것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라.’  


Y : 맞아.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아. 부모 세대만 해도 생존을 위한 업과 취미가 달랐는데, 아니 생존이 전부라서 취미를 가질 여유도 없었지.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이라고 들어 봤어?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1943)


사람은 누구나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 욕구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서 단계가 구분된다는 거야.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순서대로 채우려 한다는 거지. 물론 한 가지 욕구가 완전하게 채워져야만 다음 욕구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야. 이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져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때, 마케팅 분야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때 종종 활용된대.


하지만 매슬로우는 죽기 전에 욕구 피라미드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 피라미드가 뒤집어져야 옳았다고 말했대. 자아실현 욕구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라는 것을 인정한 거지.


굶어 죽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생존이 절박했던 시대에는 ‘자아실현’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거야. 오로지 먹고 사는데만 급급했는데 경제가 풍족해지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현시대에는 무엇보다 ‘자존감, 자유, 자기 발전’이 중요해지고 있어.  


M : 너도 경제적으로 많이 풍족해졌잖아. 어릴 때 고생한 생각을 하면 아휴...


Y : 하하하 맞아. 많이 풍요로워졌지. 개인적인 자산 변화와 사회 분위기, 개인의 특성이 상품이 될 수 있는 세상의 흐름, 회사의 소모품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우뚝 서서 활동하는 개인 사업가들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


사실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 휴직을 하고 갑자기 시간이 넘쳐나니까 삶의 이유,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안갯속에 갇힌 기분이었거든. 나는 왜 사는 걸까. 돈을 벌지 못하면,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건가.. 그런 생각을 했어. 한동안은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하며 혼돈의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가 천천히 조금씩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마주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지. 좋아하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꾸준히 글을 쓴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생각만 많고 행동하지 않는 나’를 마주하는 일이었어. 어쩌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생각하고 고민하느라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있더라고. 고민할 필요도 없는 것을 붙들고 걱정을 키울 때도 많았고. 작은 일부터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어.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생각한 뒤 행동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고 고민’하는 게 더 낫더라고. 심지어 재밌어. 미리 걱정했던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M : 맞아. 너 정말 많이 달라졌어. 예전 같았으면 백 번, 천 번 고민하고 나서도 시작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하루 만에 결정하곤 하더라.


Y : 잘 될지 말지 고민하기 전에 일단 해보니까 의외로 재밌더라고. 막연한 걱정들도 사실 걱정할 만한 일들이 아니었어. 생명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선택이 아니라면 경험해보는 것이 생각만 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워.


M : “갈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가 생각나.


Y : 사실 아직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길 끝에 서서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직접 길을 나서서 걷다 보면 마음에 쏙 드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진심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자기 지도 me map'을 만들어 가는 것” (오티움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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