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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May 10. 2020

영어 공부 100일을 자축하며

with 영감 프로젝트

영감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100일이 되었다.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꼭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다. 영어공부는 매년 초 계획표에만 등장하는, 마음속 걸림돌이었다. 


작년 1월, 야심 차게 ‘라푼젤’로 쉐도잉(들리는 억양, 감정, 강세, 말투 등을 똑같이 따라 말하는 것)을 시작했다. 직접 대본을 정리하고 한 문장을 100번씩 반복 편집해 놓은 영상을 찾아서 매일 공부했지만 끝까지 하지 못했다. 혼자 하니까 제대로 하는지도 모르겠고 의지가 약해져서 흐지부지됐다.


‘소문 내기의 힘’을 믿는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 블로그를 통해 ‘@@를 하겠다’고 소문을 내면 그 글은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되어 나를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라푼젤 쉐도잉’을 시작할 때도 글을 올렸는데 알고 지내던 이웃이 영감 프로젝트를 알려주셨다. 혼자 하다가 힘들면 고려해 보라며 추천해 주신 것. 2개월 만에 포기했던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작년 말에 영감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영감 프로젝트는 매일 영어 문장을 완벽하게 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오프라인 영어 코칭 프로젝트다. 라푼젤 한 편을 쉐도잉 한다. 2주 간격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이 10개월 동안 반복된다. 


<2주 프로그램>

1. 대본 받아 적기 : 첫 월요일에 2주 분량의 영상을 보고 들으면서 대본을 만들어서 제출. 선생님이 틀린 부분을 체크해 주면 다시 듣고 고치기. 완성된 대본 받음

2. 매일 4~5개의 문장을 외워서 녹음(40~50번씩) 하고 과제로 제출. 당일에 외우는 문장+전날 외웠던 문장

3. 다음 날 선생님의 1:1 피드백(목소리 녹음 파일)을 받아서 교정

4. 마지막 금요일에는 당일 문장+2주 동안 외운 문장(5번 이상) 녹음해서 제출

5. 2주 차 주말에 오프모임(2시간) : 2주 문장 전체 말하기, 받아쓰기, 미드와 영화 소개, 멤버들과 역할극, 처음부터 배운 부분까지 복습 


대본 작성, 암기, 녹음, 교정 등 모든 과정을 본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 영어 코칭 프로그램이지만 습관 관리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어떤 공부든 남이 떠먹여 주는 것보다는 스스로 해야 실력이 좋아진다고 믿기 때문에 매우 만족하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함께 하는 동기들이 서로 으쌰 으쌰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줘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다시 힘을 내게 된다. 


첫 달에는 영어 문장을 암기하고 녹음을 하는데 2~4시간이 걸렸다. 매일 공부를 하면서 하루 종일 영어에만 매달린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공부하는 시간을 정했다. 내편이 퇴근하는 7시에 맞춰 4~5시에 암기를 시작했다. 내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꼭 7시 전에 공부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아졌다. 그렇게 2주를 보낸 뒤 멤버들을 만나서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복습했다. 



2월 중순 오프모임 때 멤버들로부터 실력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첫날 녹음한 파일을 들어보니 내가 느끼기에도 발음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감에 가득 차서 거만해졌다. 처음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주 조금 개선됐을 뿐인데 요령을 부리기 시작했다. 쉬워 보이는 문장은 몇 번만 연습하고 녹음했다. 습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일 과제를 하려니 지루하고 힘들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 방법으로 진짜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과제를 하는 시간이 괴로웠다. 당연히 피드백이 많아졌고, 교정해야 할 것이 많아지니까 더 하기가 싫어졌다. 시간이 있음에도 영상을 외면하다가 억지로 억지로 과제를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멤버 한 분도 어렵다며 마음을 털어놓으셨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의 어려움,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것, 누구나 슬럼프가 온다는 것 등등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나누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스트레스와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더 이상 요령은 피우지 않기로 했다. 


문장을 통째로 따라 말하기 전에 단어 하나하나를 사전에서 찾아서 발음을 익힌다. 영상 속도를 0.5배속으로 줄여서 천천히 듣고 따라 하다가 점차 속도를 올린다. 한 문장을 반드시 100번 이상 따라 말한 뒤에 다시 하루 분량인 4~5개 문장을 통째로 암기한다. 


이렇게 충분히 연습한 날은 30분~40분 만에 녹음을 끝낼 수 있게 됐다. 100일이 지날 즈음, 깔깔거리면서 주인공의 말투를 따라 하고 녹음을 하다가 깨달았다. 아.. 이제 영어공부를 즐기게 됐구나! 매일 영어를 공부하고 녹음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도 가도 그 상태인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첫 번째 계단을 만나면 불쑥 올라갑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매일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련한 결과 첫 번째 계단을 만났다. 다음 계단을 만날 때까지 또다시 지루한 매일이 계속되겠지만 지난번처럼 자만심에 빠져 대충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미래의 어느 날,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괴로워할 나를 격려하기 위해 100일간의 여정과 다짐을 글로 박아둔다. 


지름길이 있다면 그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다.
(다산의 글쓰기 전략, 최효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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