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하게 지내자"
요즘 남편과 자주 하는 말이다. 종종 투닥거린다는 뜻이다.
남편은 여러 번 확인하는 습성이 있다. 나도 만만치 않은 편인데, 그는 더하다.
외출하기 전 날 미리 가방을 싸 두어도 다음 날 꼭 확인한다.
“그거 넣었어?” “응 어제 챙겼어.” “그래도 다시 확인해 봐.”
휴.. 전 날 밤에 분명히 가방에 넣었다고 말했는데 또... 그래서 부탁했다. 그런 건 나에게 묻지 말고 직접 확인하라고. 남편도 할 말이 많다. 물건을 안 챙겼을 때 그의 확인 습성은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잔소리를 싫어한다. 하는 것도 싫고 듣는 것도 싫다. 남편은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는 편이다. 좋은 말도 넘치게, 듣기 싫은 말도 넘치게. 그는 애교가 넘치고 다정한 대신 잔소리가 많다. 나는 애교가 넘치거나 살갑지 않은 대신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다고 쓰고 싶지만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니.) 서로 좋은 점만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같이 일하면서 사소한 부분으로 투닥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똑같은 말도 말투나 표정, 태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르게 느끼게 마련인데 우리는 요즘 말투나 표정이 별로다. 특히 잔소리에 발끈하는 내가 먼저 짜증을 부린다.
주문을 처리할 때 어느 날엔 내가, 또 다른 날엔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재밌는 건 옆에 앉은 사람이 꼭 한 마디씩 보탠다는 점이다. 직접 처리할 때보다 옆에 앉을 때 눈이 더 빨라지는 것 같다. 또 어떨 때는 처리하는 사람이 빠르게 넘기면 옆에 있는 사람이 꼭 다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건 아까 내가 확인했어.”
“그래도 다시 봐봐. 정확하게 해야지.”
한번 짜증이 나면 일의 경중과 상관없이 점점 더 포악해지는데 그때 우리가 꺼내 드는 마법의 행동과 말이 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우리 친하게 지내자”라고 말하는 거다.
“나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라며 악수를 하면 한껏 달아올랐던 짜증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글을 쓰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니까 어이가 없다. 저러고 있는 우리 모습이 너무 유치해서.
하지만 인생이란, 삶이란, 부부간의 다툼이란 이렇게 다들 유치하겠지. 그.. 그렇겠지?
아~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