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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Aug 14. 2021

역시 글쓰기, 계속해야겠다

<일상愛쓰다>

<일상愛쓰다>는 관악구에 위치한 동네 서점 <자상한 시간>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6명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보다', '듣다', '먹다', '걷다' 4가지 주제로 쓴 글 중 각각 2편의 글을 선택해서 실었다고 한다.

한동안 독서를 멀리해서 술술 읽히는 얇은 책을 읽고 싶던 차에 딱 맞는 책을 만났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재밌게도 글의 분량이다. 분량이 어느 정도 되어야 책의 한 꼭지에 실을 수 있을까. 작가들의 글 한 편은 A4지로 몇 페이지 정도 될까. A4 세네 페이지는 되려나. 글쓰기 모임에 글을 제출할 때 A4 한 페이지 반에서 두 페이지 정도 쓰는데 좀 더 긴 글도 써보고 싶다.

평범한 일상을 글로 엮어낸 작가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순식간에 읽었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사랑을 담아 딸아이와의 에피소드를 펼친 정은선 작가 / 어릴 적 추억을 꺼내 순간의 조각을 보여준 신재호 작가 /어머니와 요리, 소개팅 댕강남과의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풀어준 윤정 작가 / 드라마를 통해 엄마 이야기를,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통해 꿈에 대해 노래한 안은비 작가 / 노래 한 곡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풀어내고, 퇴근길 산책길을 그려낸 김진선 작가 / 식물과 간판이 없는 가게에 자신을 비추어 딱딱한 껍질을 벗고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준 이흐름 작가

열두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글은 김진선 작가의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다. 작가는 언젠가부터 운전할 때마다 특정 음악에서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며 한쪽 팔에 통증이 생긴다. 생생히 묘사해서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너무 궁금했다. 범인은 국민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 후다닥 글을 읽고 너무 속상했다. 한편으로는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둔 경험을 꺼내어 쓰면서 작가의 마음이 후련해졌기를 간절히 바랐다. "후련하다"라는 문장이 어찌나 반갑던지. 특정 노래에 반응하는 몸의 이상 현상, 원인을 찾고 드러내어 펼쳐놓는 과정, 후련해진 마음과 과거의 상처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잘 담겨 있어 참 좋았다.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마음, 남몰래 숨겨두었던 그 마음을 친구는 바깥으로 끄집어내 보듬어 주었다. 나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고 함께 견뎌주던 그 녀석이 기별도 없이 사라졌다. 제 할 일을 마치고 영영 가버린 것일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은데. 전해야 하는데. <일상愛쓰다> p.70 김진선

이런 과정 때문에 나도 글을 쓴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고 마음 아팠고 축하하고 싶고 앞으로를 응원하고 싶다.

역시 글쓰기, 계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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