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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Oct 16. 2021

Making do with what you are.

당신 있는 그대로 살아가세요.


*

얼마 전 유퀴즈에서 ‘나는 41세 파이어족입니다’를 보았다.


파이어족 :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투자를 늘려 재정적 자립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이다.


김다현 씨 부부는 41세에 은퇴했다.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도 컸지만 스트레스도 심했다고 한다. ‘회사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보람을 찾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연간 예산을 준비하고 조기 은퇴한 파이어족이다. 만 55세에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12년 동안 필요한 생활비를 준비했다고 한다.


‘월 생활비 250만 원, 12개월 3000만 원 + 세액 300만 원’으로 1년 생활비는 3300만 원. 12년간 필요한 금액 약 4억에 여행 자금 1억을 포함해서 5억. 만 55세 이후 10년간 개인연금과 퇴직 연금으로 생활하고, 만 65세 이후에는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으로 생활할 예정.


회사 다닐 때는 스트레스 해소용 소비가 많았는데 은퇴 후에는 해소성 소비로 자신을 위로할 필요가 없어져서 지출이 줄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하루는 단순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커피와 함께 한 시간 정도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공원을 달리고 집에 와서 11시경에 아점을 먹는다. 남편과 각자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은 뒤 산책을 하거나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각자의 시간에 남편은 기타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고 다현 씨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고 한다.


조기 은퇴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현 씨가 말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

남편과 늦은 아침으로 무얼 먹을까 의논하다가 다퉜다. ‘이거 먹을래? 싫어. 저거 먹을래? 아니.’ 둘 다 입맛이 없어서 권하고 반대하길 반복하다가 서로 짜증이 났다. 남편이 겨우 고른 설렁탕 집으로 갔다. 빈속에 따끈한 국물이 들어가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직장인일 때는 정해진 식단 안에서 대충 끼니를 때웠는데 이제는 밥 한 끼도 온전히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문득 남편이 회사에 다니던 시절, 매일 똑같은 점심 메뉴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던 때가 떠올랐다. 요즘 우리는 대충 먹는 일이 현저하게 줄었다. 입맛이 없는 와중에도 먹기 싫은 것은 먹지 않겠다는 태도로 다투니 말이다. 매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 부드러운 대화 등 기본적인 생활에 진지하다. 사소한 것을 두고도 나와 남편은 무엇이 더 좋은지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눈다.


종종 잡념에 빠진다. 나는 왜 남편의 퇴사를 환영했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을까.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 많은 시간에 나는 정말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이것만으로도 좋은데 과연 앞으로도 좋을까.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머리 굴리지 말고 욕심 세우지 말고 겉멋 부리지 말고 단순하게 그냥 가기. 본질로만 승부하기.
Not playing tricks, not being greedy, not dressing up, advancing simply.
Making do with what you are.(당신 있는 그대로 살아가세요.)  <걷는 독서> p.83


그럴 때마다 다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선택임을 잊지 말자고. 온전히 주어진 24시간을 통해 천천히 내 본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임 기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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