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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Oct 02. 2021

어떤 렌즈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남은 하루는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작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매일 세 사람을 위해 축복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잠깐 스치는 상대를 위해 따뜻한 마음을 갖는 일이 무엇에 좋은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행위 자체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큰 에너지나 돈이 드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규칙처럼 매일 세 사람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스치는 인연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기 위해 신경 쓰게 되었다. 그러던 중 택시를 타고 내리면서 재밌는 경험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타인의 도움으로 일상을 영위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그중 내가 유난히 감사함을 느끼는 상황은 밤 택시를 탔을 때다.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새벽에 택시를 타는 일이 잦아졌다. 야심한 시간에 택시를 탄 여성이 무서운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흔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혼자 택시를 타는 것이 무서웠지만 방도가 없었다. 지인에게 택시 번호를 적게 하고 깨어 있는 사람을 찾아 통화하며 갔다. 집에 도착하면 그 먼 길을 달려 무사히 데려다준 택시 기사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강사 생활 10여 년 동안 무수히 많은 택시를 타고 내리면서 택시 서비스에 대한 감사함이 차고 넘쳤다. 때문에 ‘축복할 사람’에 택시 기사는 매번 선정되었다. ‘많은 손님을 태우기를, 내가 내리는 자리에 손님이 서 있기를’ 진심을 다해 바랐다. 기사에게 직접 따스한 말을 건네지는 않았지만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이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의식적으로 ‘내리는 자리에 손님이 서 있기를’ 빌기 시작하고 얼마 뒤 나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내릴 때 바로 손님이 이어지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까 이 현상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 써서 횟수를 체크해 보니 열 번 중 세 번은 손님이 이어서 탄다. 열 번 중 세 번은 적다면 적은 수치일 수 있고, 일반적으로 택시에 손님이 이어지는 비율이 30%가 되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경험을 통해 나 스스로 내가 속한 세상을 바꿨다는 데 있다. 타인의 행복을 비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세상으로 말이다.

이를 인지한 이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일이 생기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면서, 우연히 만나 눈을 마주친 이들의 행운을 빈다. 웃음과 다정함과 친절은 쉽게 전염된다. 내가 웃으면 눈을 마주친 상대도 웃음으로 답한다. 상대가 먼저 미소 지으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렌즈를 통해서 더 크게 자라난다. 감정은 우리의 가슴에, 육감에, 손끝에 있다고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에 있으며 대개는 타인의 생각에 대한 나의 추측과 추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p.42


어떤 렌즈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내가 속한 세상은 달라진다. 똑같은 하루가 지겹고 괴로워지기도 하고, 선물처럼 신나는 하루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이 속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렌즈를 바꾸기만 한다면.

예전에는 누군가가 짜증을 부리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면 급격하게 기분이 나빠졌는데 이제는 상대로부터 받는 영향이 작아졌다. 내 기분은 상대의 태도보다 ‘나의 생각’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 왜 저래? 괜히 시비야’라며 타인의 생각과 태도를 부정적으로 추측하는 대신 ‘오늘 피곤한가 보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보네. 남은 하루는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이라는 생각으로 대하면 상대의 태도가 부드러워진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세상이 평온하고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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