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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Nov 06. 2021

요리에서도 완벽주의라니

5박 6일로 제주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여행이 일상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여행지에서는 하루 종일 멋진 풍경을 보고 맛집에서 식사하고 정리된 숙소에서 잠을 청하지만, 이런 삶을 매일 누리기는 어렵다.


돈 문제도 있지만 과연 돈이 넘치도록 많다고 해서 매일을 여행지에서처럼 살게 될까. 아닐 것 같다. 놀이동산을 좋아한다고 해도 매일매일 놀이 기구를 타며 놀긴 힘들 거다. 매일 규칙적으로 즐기는 독서나 글쓰기 등을 하면서 여행도 하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로 소득을 만들 것.

2. 여행지에서도 뚝딱 밥을 해 먹을 수 있을 것.

3.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돌아보는 여행 대신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즐길 것


당장은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넘치도록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 1번은 필수고, 한정된 소득 내에서 자주 여행을 다니려면 여행지에서도 간단한 집밥은 필수구나~ 싶다. 조카와 함께 했던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가 최대한 많은 곳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에 이곳저곳을 다녔다. 그랬더니 애초에 계획했던 '여행하면서 일하고 글쓰기'는 실천할 여유가 없었다. 여행 중에도 독서나 글쓰기가 가능하려면 여유로운 여행이 필요하다.


나의 목적은 '여행을 자주 하는 것'이다. 돈을 가득 모으고 시간을 쪼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킬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러려면 여행지에서도 일상에서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 끝에 재밌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지에서 요리를 할 생각을 하다 보니까 필요한 재료가 너무 많았다. 음식 하나를 할 때마다 필요한 재료를 몽땅 준비해야 한다면 사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요리에서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전에 비해 집밥이 편해졌다고 느끼지만, 집에 있는 재료를 조합해서 뚝딱 요리를 해 본 적은 없다. 콩나물국을 하나 끓이더라도 미리 레시피를 찾아 재료를 준비하고 착실하게 조리 순서를 지켜야 했다. 좀 대충 해봐도 될 텐데 늘 각을 세워 제대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대체 제대로가 뭐길래.


운동이나 악기를 배울 때, 새로운 일이나 글쓰기를 배울 때 힘을 빼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요리를 할 때도 힘을 좀 빼면 좋겠는데 여전히 정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주 여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편하게 있는 재료로 요리하기'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대충 요리하기'이기도 하다. 첫 번째 도전으로 콩나물만 사다가 대충 국을 끓이려고 하였으나.. 역시 아직은 레시피가 필요하다. 그래도 요리를 대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를 인지했으니 차츰 개선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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