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장편소설을 읽고
1985년 말, 나는 죄의식을 느끼면서 어머니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쓸 때 어머니가 어느새 세상에 생존해 있지 않게 될 시점에 이미 내가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글쓰기의 고통을 실감했다. 젊었을 때 나는 글쓰기가 세상을 향한 전진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를 문병하고 있는 현재의 글쓰기를 통해서는 어머니의 가혹한 피폐 상태를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p.168 작가의 말
인생의 많은 것이 부질없이 흩어지고 사라지더라도 어떤 것은 영영 그대로 남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어느 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았노라'는 마지막 문장을 적게 할지도 모른다. 편혜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