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 Dec 18. 2021

오래도록 인연이 이어지기를

글이 준 선물

글 모임을 한 뒤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릇이 커졌다는 점이다. 모임 이전에도 '사람은 누구나 다르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눠보니까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았다. A 주제에 대해 '나처럼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마음이 불쑥 올라 와 당황하기도 했다.


같은 책을 읽고 글을 써서 나누면서 내 입장과는 다른 시선, 신선한 표현, 새로운 시각을 만났다. 만남이 쌓일수록 진심으로 '다름'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의 조그맣던 세계가 넓어졌고 굉장한 즐거움을 느꼈다.


나의 작았던 세계가 넓어지는 데 큰 영향을 준 글벗을 만났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매주 만났으니 대단한 인연이다. 최근 2개월 정도 글을 나누지 못해서 아쉬워하던 차에, 연말과 그녀의 복직을 핑계 삼아 약속을 잡았다. 흐린 날이었지만 오랜만의 만남이 설레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점심 식사할 식당들의 링크를 보내주고, 반갑게 만나 부천을 안내해 주는 그녀가 왜 그렇게 좋은지. 새로운 동네에 갔을 때 이런 안내를 받은 건 처음이다. 자꾸 웃음이 났다. 살면서 부천은 처음인 줄 알았는데, 집에 돌아와 편에게 물어보니 포켓볼 대회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지리 감각이 부족해서 한두 번 갔던 지역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번에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던 부천은 잊지 못할 것 같다.

해산물 향이 가득했던 로제 파스타, 적당히 어두웠던 실내, 들뜨게 하는 화이트 와인. 일주일 동안 배달음식만 먹었다고 했더니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으라며 건네준 듀에 부르스게타, 조근조근 나눴던 이야기들. 그 시간들이 그림처럼 남았다.

소품샵에 잠깐 들렀는데 사슴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슬쩍 사슴을 건네서 깜짝 놀랐다. 만날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다정한 사람이다. 작년 겨울에도 함께 터미널을 구경하다가 눈사람을 샀었다. 겨울마다 그녀가 생각날 것 같다.


글 모임을 통해 만난 소중한 선물. 오래도록 이 인연이 이어지기를.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