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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an 07. 2022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몇 달 전 글 모임 멤버가 INFJ를 위한 책이라는 말과 함께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사진을 보내주었다.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며 내 생각이 났다고 추천해 주었다. 읽어봐야지~ 마음먹고 깜빡 잊었는데 밀리의 서재에서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어찌나 좋던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내향인이라는 것을 몰랐다.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지도 못했다. '밝고 명랑하며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늘 생각과 고민이 많았고, 타인에게 내 말과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했으며 거절을 못 했다. 어쩔 수 없이 거절한 상황에서는 거절한 것이 마음에 걸려 걱정에 휩싸였다. 밤새 한 가지 일에 꽂혀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밤이 수없이 많다. 이런 나를 너무 '소심'하다고 여겼다. 나도 남들처럼 대범했으면, 쓸데없는 걱정 없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 : 차분, 발랄, 친절, 느긋
내가 보는 나의 모습 : 좌절, 불안과 내면의 상처가 뒤섞인 상태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p.127 e북


겉보기에는 사람들과 꽤 잘 지냈다. 하지만 실은 자주 불안했고 좌절했다. '내 본모습을 사람들이 안다면 분명 나를 싫어할 거야'라는 속삭임으로 스스로를 괴롭혔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그러니까 '너무 소심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안심이 된다.


사람들이 내 감정과 불안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싫다.
나 자신이 더욱 하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감정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p.97 e북


그래서 오랫동안 아닌 척, 괜찮은 척했다. 그러다 보니 내 감정에 확신이 없어져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이래도 되나. 지금 화를 내야 하는 건가. 짜증을 부릴 상황인가'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게 좋다.
가끔은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흥분하고 마는데
그러고 나면 날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다고 느끼게 된다.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 같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p.113 e북


격하게 공감한 부분이다.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흥분해서 이야기를 한 뒤에 '너무 주절거렸네' 라거나 '나를 너무 보여준 거 아냐'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지금이야 격하게 흥분해서 말할 때가 많지 않고, 나와 맞는 사람을 금세 구분할 수 있는 노련미가 생겨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결혼 전까지만 해도 종종 위와 같은 생각에 잠겨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날이 잦았다.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내 말과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우울할 때 격려해 주는 사람
내 진정한 짝이 될 사람이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p.65 e북


나에겐 내편이 이런 사람이다. 내 말과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다정하고 편한 사람이다. 나의 말과 행동을 곡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으며, 자신의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내편이 좋다. 연애할 때, 특정 문제에 꽂혀 진상을 부린 적이 두 번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성의 끈을 놓게 되는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편에게 진상을 부렸을 때가 그런 때였다. 물론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반 미쳐있는 나를 이해하고 격려하려고 노력하는 내편이 너무 고마웠다. 내편 앞에서는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결혼을 결심했다.


"마침내 그런 사람을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는 일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일 것이다. p.75"


인정한다. 나에게 내편은 인생의 큰 축복이다.


[내향적인 사람의 생존 도구]

좋은 책, 차, 인터넷이 연결된 노트북,
넉넉한 사이즈의 편안한 옷, 자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필기구, 혼자만의 시간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p.168 e북


나의 생존 도구이기도 하다. 좀 더 어릴 때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진작부터 나 자신에게 관대했을 텐데. 이런 책이 더욱 많아져서 내향인들이 스스로를 싫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면 좋겠다. 그림도 내용도 공감되고 위로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내향인이라면, INFJ라면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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