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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an 15. 2022

2022년 글쓰기, 부담 없이 가볍게

어쩌다 보니 2020년 1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9년 9월부터 꼬양님의 독서모임에서 매주 책을 읽었는데, 꼬양님이 글쓰기 모임(미작)을 연다길래 덜컥 신청했다. 목적은 단순했다. 블로그에 쓰는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었다. 매주 독서모임을 하고 나서 모임 리뷰를 쓸 때 자주 막혔기 때문이다. 글 한 편을 쓰는 데 일주일도 넘게 고심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 모임은 날이 갈수록 긴장되었다. 모임이나 책 내용을 정리해서 리뷰를 쓰는 것과 달리, 어떤 주제든 결국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게 너무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당시만 해도 친밀한 소수의 지인이 아니면 속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아볼 수 없도록 숨기느라 무척 공을 들였다. 때문에 몇 개월을 함께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시간을 쌓아 온 꼬양님과 시작하지 않았다면, 피상적인 글을 몇 편 쓰고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주저하면서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 속 마음을 털어놓았고, 숨기기 급급했던 나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주제를 뽑아 글을 썼지만 결국 모두 내 이야기였다. 초기엔 내 글이 어떻게 읽힐지, 내가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 되어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따스한 시선으로 글을 읽고 합평해 주는 멤버들 덕분에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아픈 이야기,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드러내지 않았던 의견들을 편하게 쏟아냈다.


쓰면 쓸수록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사랑하게 되는 글쓰기’에 푹 빠졌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매글’을 시작했다. 브런치에 도전해서 작가가 되었고 ‘서평 쓰기, 글쓰기 마라톤’ 등 글 모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블로그에 올린 책 리뷰를 보고 B 서점에서 연락이 와서 생애 처음으로 원고료를 받았을 땐 하늘을 나는 줄 알았다.


글이 쌓일수록 ‘글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압박감이 생겼다. 이상하게도 글을 쓰면 작가가 되어 책을 꼭 한 권 내야 할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이들의 꿈은 ‘책 출간’으로 이어지는 게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2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면서 찬찬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글로 꼭 거창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글쓰기는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이자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귀한 친구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쓰다 보면 금세 차분해진다. 생각 없이 처리하던 일에 대해 찬찬히 돌아보게 되고, 오늘의 급한 발걸음이 내가 원하는 삶으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게 한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더라도 글을 통해 나의 내면과 하루를 들여다보면,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매일 쓰는 글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게 해 준다. 나 자신으로 살게 해 주는 글쓰기. 2022년에도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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