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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Jan 29. 2022

자본주의 하에서 인생 게임

요즘 듣고 있는 부동산 강의에서 인생을 게임에 비유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주의 규칙을 이해하고 적용하지 않으면 인생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아그리콜라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5명의 가족을 활용해서 농장을 가꾸는 게임으로, 직업 카드와 자원(나무, 흙, 돌, 갈대), 다양한 설비 카드를 활용해서 각자의 농장판을 채워야 한다. 방, 밭, 우리와 외양간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곡식과 채소, 양과 돼지, 소를 키운다. 그러면서 가족에게 먹일 음식도 수급해야 한다. 게임이 끝난 뒤 점수를 계산할 때 빠진 부분이 있다면 감점된다. 따라서 점수가 될 요소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하나에 집중해 봤자 점수를 얻는 데는 소용이 없다. 


보통 나는 새로운 게임을 할 때, 전체적인 규칙을 이해하기보다는 일단 이것저것 해본다. 반면 게임을 전반적으로 이해한 뒤 (어떻게 해야 점수를 많이 얻을 수 있는지 먼저 파악한 뒤) 게임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다. 게임 초반에는 이것저것 생각 없이 해보는 내가 운 좋게 승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는 횟수가 많아진다. 게임의 종합적인 규칙을 빨리 파악한 사람이 자주 이긴다.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새로운 보드게임을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규칙을 이해하기보다 그냥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그마저도 그저 주어진 대로,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들(부모님, 선생님, 친구, 지인 등)에게 배운 대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세상이 어떤 규칙으로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남들처럼 학교와 직장을 다녔고 결혼했다. 노동과 시간을 제공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살았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부모님이 돈이 많거나 능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거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자본주의 규칙을 알고 그에 맞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강의에서 말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은 '노동력만으로는 자본을 늘려갈 수 없다는 것' 즉, 노동력을 제공해서 만든 자본이 끊임없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만 해서는 인생 게임을 즐길 수 없다. 이 얘기는 예전에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자본이 일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 말이다. 그런데 그건 돈 많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강의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보드게임의 운영 방법과 비교해 보니까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다. 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딱 두 가지 '노동과 시간'만으로 자본주의라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불리(자본이 0) 했어도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했다면, 규칙을 알고 그에 맞게 내가 가진 요소들을 활용했다면, 좀 더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물론 인생은 보드게임처럼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 다른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규칙을 알고 미래를 선택하는 것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니까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명확해지는 것 같다. 자주 세상이 흘러가는 규칙을 상기하면서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느 부분에 집중할 시기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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