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게 약
아직 덤보는 모르고 있는 비밀.
잠시, 아주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
2019년 7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마지막으로 여행에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국내여행도 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나와 덤보는 퍼즐을 맞추듯 서로의 삶의 구석구석을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맞추어 나갔다. 또 매우 올빼미형인 나는 무슨 바람인지 새벽부터 일어나 과거의 여행기를 써 내려갔고 그게 책이 되어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3년이나 흘렀다. 20대 이후로 여행을 멈춘 가장 길고도 유일한 시간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작년 여름, 그로부터 1년 뒤에 결혼한다고 연락해 준 친구의 초대로 시작되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식장에 입장할 때까지는 모르는 게 결혼'이라고 하는데 결혼식 예고와 초대를 1년 전부터 한 친구의 준비성에 사뭇 놀랐고, 나는 그저 너무 먼 미래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가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짧은 답변을 보냈는데...
그게 무려 2주 앞으로 다가왔다!
4월쯤에는 다시 집 밖의 길에 나서는 게 귀찮았다. 그리고 회사를 나오며 새로운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그 루틴이 깨지는 게 두려워서 또 가지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근데 뭐. 내가 그렇지 뭐.'의 느낌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비행기 티켓 끊고 심지어 유럽에 있는 친구의 기차표까지 내가 함께 끊고 있었다는...
사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의 여행이지만 그래서 더욱 슬~슬, 길~게, 천천~히 호흡하며 다녀오겠다는 마음이다.
하아. 2주사이에 해놓고 갈게 많은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씰룩거려서 다 못했다 그럼 아무도 믿어주지 않겠지…?
'심장아, 나대지 마.'라는 표현을 진심으로 느끼고 있는 7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