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예술가의 사랑의 기록 (3)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by 김예훈

베를리오즈의 대표작인 <환상교향곡>은 총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마다 표제가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음악어법은 베토벤 교향곡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볼 수 있으며 작곡의 동기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1악장 <꿈, 열정>은 느린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으로 젊은 예술가가 사랑하는 여인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느끼는 불안과 동경 그리고 갈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은 베를리오즈가 어린 시절 작곡했다 불태워버렸다고 전해지는 로망스의 선율이기도 합니다.


제2악장 <무도회>는 북적거리는 무도회장에서 사랑하는 이를 찾으려는 상태를 표현하고 있지요. 곡의 형식은 왈츠인데 교향곡에 그것도 2악장에 왈츠를 배치한다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인 무곡 악장의 위치인 3악장으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제3악장 <전원의 풍경>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여름날 밤, 들판에 두 명의 목동이 교대로 피리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연인과의 일들을 떠올리며 혹시 그녀가 배신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한 목동이 피리를 불지만 대답은 없고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리고 고독과 정적만이 남는다.’

3악장은 베를리오즈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것으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동의 피리는 잉글리시 호른과 오보에가 그리고 천둥소리는 특이하게 4명의 주자가 팀파니를 연주하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은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악장으로 작곡에 3주 이상 걸린 제3악장에 비해 단 하루 만에 썼다고 전해집니다. 연인을 죽인 죄로 사형을 언도받아 단두대로 향해 끌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최후의 순간, 연인의 모습이 잠시 떠오르지만 (클라리넷 솔로) 곧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집니다. 이런 비극적인 내용에도 아이러니하게 음악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당당한 행진곡 풍으로 작곡되었는데 베를리오즈의 미완성 오페라인 <종교재판관>의 선율을 인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이중성은 연인에 대한 사랑의 갈망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쳐버리려는 자학적인 베를리오즈의 환상으로 읽힙니다.


제5악장 <마녀들의 밤의 향연과 꿈>은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인공은 브로켄 산속 '마녀들의 밤의 축제'에서 벌어지는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악마들과 소름 끼치는 마녀들의 춤을 보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애증의 연인이 예전의 기품을 잃은 천박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 모습은 C 클라리넷과 Eb 클라리넷으로 표현되는데 우아하고 품위 있는 고정 악상을 경박하게 변형하여 연주합니다. 제5악장은 매우 파격적인 음악적 구성을 보여주는데 마녀들을 묘사하는 빠른 론도의 음악과 장례식의 엄숙함을 나타내는 성가 <분노의 날>이 합쳐져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동시대의 작곡가 멘델스존은 베를리오즈의 음악에 대해 “극도의 혼란과 모순된 분규로 점철된 그의 악보를 만지고 나면 곧장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어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파격적이었지만 그의 표제음악과 관현악법의 표현력은 후기 낭만파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말년의 베를리오즈는 육체적, 정식적 고통을 달래기 위해 아편을 상용하기 시작한 것이 중독이 되어 결국 1869년 3월 8일 파리에서 57년의 생을 마치고 몽마르트르 묘지에 묻힙니다.


Hector_Berlioz_29102017.jpg 파리 몽마르트르 묘지에 있는 베를리오즈 무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 정명훈 지휘

https://youtu.be/5HgqPpjIH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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