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의 미스터리
“9번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은 곧 죽음과 너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시 여러분들은 9번 교향곡의 저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클래식 음악의 위대한 작곡가인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 브루크너, 드보르작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들 모두가 위대한 교향악의 작곡가인 동시에 제9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20세기의 작곡가 쇤베르크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은 곧 죽음과 너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까지 말하였는데 정말 파라오의 저주와 같은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서양 음악사에도 존재하는 것일까요?
만일 9번 교향곡의 저주가 존재한다면 그 시작은 베토벤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은 그 유명한 제9번 ‘합창’입니다. 그 후 베토벤은 제10번 교향곡을 작곡할 생각이었지만 곡을 스케치하던 중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슈베르트도 교향곡 제8번 ‘미완성’을 포함한 총 9곡의 교향곡을 완성한 후 제10번 교향곡을 스케치하던 중 세상을 뜨고 말았지요. 당시 그의 나이는 31세, 35세에 요절한 모차르트보다도 더 젊은 나이에 사망했던 것입니다. 베토벤에 이어 슈베르트에게도 9번 교향곡의 저주가 내렸던 것일까요? 우리에게 ‘신세계 교향곡’으로 널리 알려진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도 바로 제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가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이 되었습니다.
그 후 많은 작곡가들에게 제9번 교향곡은 심리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작곡가 말러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에 심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는데 워낙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기에 9번 교향곡의 저주는 그리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죠. 그래서 말러는 교향곡 제8번 ‘천인’을 작곡한 후 새로 쓴 교향악 작품에 9번이란 번호를 붙이지 않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합니다. 그 후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아내인 알마에게 보낸 편지에 "원래 ‘대지의 노래’가 교향곡 제9번이니 지금 이 곡은 교향곡 10번인 셈이고, 결국 9번 교향곡의 저주는 사라졌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교향곡은 '대지의 노래'처럼 성악이 들어간 교향곡이 아닌 순수 기악곡이어서 교향곡 제9번이란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말러는 제10번 교향곡을 작곡하는 도중 사망하였으니 결국 그도 9번 교향곡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말러의 선배이자 위대한 교향곡의 작곡가 브루크너도 총 9개의 교향곡을 남기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초창기에 작곡한 습작 교향곡이 뒤늦게 발견되었고 이 작품을 제0번 교향곡이란 이름으로 출판한 것인데, 브루크너는 지금의 제9번 교향곡의 3악장만을 남기고 사망했으니 제0번 교향곡을 1번으로 쳐서 계산해도 제10번 교향곡을 작곡하다 죽은 것이 됩니다. 그 외에도 러시아의 작곡가 글라주노프, 영국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 그리고 독일의 현대 작곡가 알프레드 슈니트케도 9번 교향곡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9번 교향곡의 저주와는 상관없이 모차르트는 35년의 짧은 생에도 41곡의 교향곡을 남겼으며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은 무려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20세기 최후의 교향곡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도 15곡을 남기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작곡가 나운영 선생도 13개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그렇다면 9번 교향곡의 저주는 단순한 우연일까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마지막 9번 교향곡들은 하나같이 명곡이며 그들의 음악인생이 총 집약되어있는 걸작이라는 것입니다. 교향곡은 작곡가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는 클래식 음악의 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작곡가 브람스는 그의 제1번 교향곡을 작곡하기 위해 무려 20년이란 세월을 심사숙고했지요. 그만큼 훌륭한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일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