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예술가의 사랑의 기록 (2)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by 김예훈

베를리오즈는 타고난 감각과 상상력으로 매우 독창적인 작품들을 남겼고 <환상교향곡>을 통해 ‘표제음악(標題音樂)’이라는 새로운 관현악곡의 유형과 ‘고정 악상(idée fixe)’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등장시킵니다. 표제음악이란 절대 음악(絶對音樂)의 대립 개념으로 구체적 또는 추상적인 대상을 음으로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고정 악상’이 사용되는데 표현하려는 대상이나 관념을 하나의 악상으로 고정시키는 것입니다. ‘고정 악상’을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영화음악이나 드라마 음악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가 등장할 때 강렬한 ‘임페리얼 마치’가 들려오는 것이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테마’ 등을 사용한 것을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환상교향곡>에는 창작의 동기가 된 여배우 해리엣의 ‘고정 악상’이 사용되는데 전 악장에 걸쳐 변형되며 나타납니다. 주인공의 꿈에서, 저 멀리 먼발치에서, 사무치는 그리움에서, 그리고 사랑의 배신감과 증오의 마음에서... 이 '고정 악상'은 주인공의 심적 변화를 세심하게 표현하고 전곡의 극적 진행을 통일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들으면 베토벤의 음악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과격하고 강렬한 사운드의 구축, 그리고 탄탄한 구성미 등은 베토벤의 그것과 매우 비슷합니다. 그 이유를 추론해 보면 <환상교향곡>이 작곡된 1830년은 베토벤이 사망한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해였고 당시 베토벤의 영향에서 자유로왔던 작곡가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베를리오즈도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는 베토벤이 사망하고 1년이 지난 1828년에서야 처음으로 파리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이 연주되었는데 이를 접한 베를리오즈는 매우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전파 음악의 절정에 있었던 베토벤은 절대 음악의 기틀 안에서 파격적인 극적 요소를 음악 안에 전개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베토벤이 낭만파 시대를 선도하고 표제음악의 선구자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합니다. 비슷한 기질의 베를리오즈는 이런 베토벤의 혁신을 이어받아 '표제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확립하였습니다. 베를리오즈는 독일 낭만파 음악가들과 달리 전통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고 음악의 본질과 감정을 앞세운 자유로운 표현으로 작품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독창적인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죠.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파가니니가 베를리오즈를 가리켜 '진정한 베토벤의 계승자'라고 찬사를 보냈던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3편에서 계속)

1838년 12월 16일, <환상교향곡> 연주를 듣고 베를리오즈에게 경의를 표하는 파가니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