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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Aug 29. 2022

행복을 찾으려는 한 남자의 진심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행복은,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은 아직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기뻐하십시오.”


러시아가 낳은 최고의 작곡가 중 한 사람인 차이코프스키(P.I.Tchaikovsky, 1840-1893)는 총 6곡의 교향곡을 남기고 있습니다. 아직 자신의 작풍이 확립되지 않은 초기 3개의 교향곡에 비해 교향곡 제4,5,6번은 독창적인 그만의 음악적 어법과 색채감으로 대중과 연주자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들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당시의 다른 러시아 국민악파 작곡가들 (무소르그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등)과 차별화되는 것은 서유럽의 작풍과 러시아 민족적인 요소를 훌륭하게 조화시킨 점입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서정성이 깃들어 있어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교향곡 제4번이 완성된 해(1878)의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후원자 폰 메크 부인


교향곡 제4번은 차이코프스키가 38세 때인 1878년 이탈리아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이 무렵 차이코프스키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 기질로 인해 매우 힘들어했는데 그는 1877년 자신의 제자였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을 하지만 한 달 만에 파경으로 이르고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그는 자살까지 시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궁핍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 철도 부호의 미망인 폰 메크 부인의 경제적 후원을 받으며 상황은 나아졌고 여유롭게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됩니다. 교향곡 제4번은 이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서 차이코프스키의 독자적 양식이 드디어 확립되기 시작한 걸작으로 꼽힙니다. 이 작품은 폰 메크 부인에게 바쳐졌으며 1878년 모스크바의 러시아 음악협회 연주회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연주는 대 성공이었으며 차이코프스키 본인도 이 작품을 자신의 최고의 작품으로 말할 정도였습니다.

 

차이코프스키와 밀류코바 (1877)


교향곡 제4번은 전통적인 4악장제의 절대 음악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차이코프스키는 표제음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행복을 찾으려는 한 남자의 진심과 숨겨진 마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나아가는 전체의 구성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과 매우 닮아있지만 이 작품에는 차이코프스키만의 고독과 우수, 절망과 환희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어두운 슬픔이 담겨 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베토벤과 브람스의 슬픔이 그 본질에 대한 극복과 관조에 노력했다면, 차이코프스키의 슬픔은 오로지 슬픔 그 자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라는 것입니다. 4악장의 ‘환희’에 대해서 차이코프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 속에 환희를 찾지 못한다면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즐거워하고 환락에 몸을 던질까요? 그들의 감정은 소박하고 단순한 것입니다. 행복은,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은 아직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기뻐하십시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

베를린 필하모닉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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