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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Sep 08. 2022

소리의 해방

펜데레츠키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라르고>

"나는 모든 전통을 넘어 소리를 해방시키고자 한다."


공기와 물은 우리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히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그 소중함과 존재의 가치에 대하여는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초부터 존재해 왔고 여러 모습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음악은 ‘소리’를 다루는 일입니다. 많은 음악가들이 소리를 자신들의 언어로 사용하여 훌륭한 작품들을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소리’의 언어는 오랜 시간 역사를 통해 전통과 관습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여기 소리를 해방시키고자 한 작곡가가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Krzysztof Penderecki, 1933~2020) 우리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서 20세기 현대음악을 이끈 거장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데 1991 한국 정부의 위촉으로 교향곡 5 <한국> 작곡하기도 했고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작곡가 류재준이 펜데레츠키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1933 폴란드 뎅비차에서 태어난 펜데레츠키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바이올린을 배웠고 크라쿠프 국립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한  졸업  모교에 교수로 재직하였습니다. 펜데레츠키가 작곡가로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9년에 열린 ‘젊은 폴란드 작곡가 콩쿠르에서였는데 그는  콩쿠르에 가명으로 참가하여 1,2,3 모두를 석권하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합니다. 이후 <히로시마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1960), <형광>(1962), < 누가 수난곡>(1966) 등의 작품들이 호평을 받으며 국제적인 작곡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펜데레츠키 <히로시마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 스코어


펜데레츠키의 초기 작품들은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정신이 돋보입니다. 소리를 만들기 위해 강철판, 유리조각, 전기 , , 경보 사이렌 등을 악기로 사용하였고 전통악기의 연주법에도 관습을 벗어나 변화를 주어 새로운 소리를 탐구하였습니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며 펜데레츠키의 작풍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아방가르드 언어와 소리의 실험을 멀리하고 전통적인 양식 안에서 작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라르고>이런 작풍에서 탄생한 작품입니다.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라르고>’ 전설적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Mstislav Rostropovich, 1927~2007) 의뢰로 2003년에 완성되었고 2005 6 19 세이지 오자와가 지휘하는  필하모닉과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협연으로 초연되었습니다. <라르고> 협주곡을 표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악장의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음악적으로 악장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악장에 해당하는 첫 부분 (Adagio molto sostenuto)은 첼로의 독주로 시작하여 하나씩 악기들이 쌓여가며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관악기와 타악기들은 독주의 음형들을 모방하며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음악의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Adagio molto sostenuto


곧 2악장에 해당하는 부분 (Andante con moto)에 다다르면 정적이 흐르고 목관악기들의 합창과 같은 코랄을 담담히 연주합니다. 독주 첼로는 자신의 아픔을 말하듯 어두운 독백을 이어나가고 오케스트라는 비극적인 음향으로 분위기를 극대화시킵니다. 감정이 격해지는 부분에서는 행진곡풍으로 음악이 바뀌는데 전체적인 음향적 분위기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두 번의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 후


Andante con moto


3악장에 해당하는 마지막 부분 (Adagio)으로 들어갑니다. 마지막 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많은 서사들이 회상과 같이 모티브들이 다시 등장하며 곡의 시작에 나왔던 독주 첼로의 독백이 다시 담담히 연주되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Adagio

펜데레츠키 -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라르고'

알토 노라스 첼로

바르샤바 국립 오케스트라 / 안토니 비트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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