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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Sep 07. 2022

우리가 바라는 '해피엔딩' (4)

말러 교향곡 제5번

제3부


제4악장 말러의 연애편지 혹은 세속으로의 도피

4악장은 말러라는 작곡자에 대해 모르고 있어도  번쯤은 들어보았거나, 한번 들으면  매력에 빠지게 되는 매우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얼마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4악장이 삽입되어 또다시 대중들에게 말러의 음악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아다지에토(Adagietto), 매우 느리게라는 악상기호를 가지고 있으며 현악기와 하프로 연주되는 4악장은 악기로 연주되는 가곡과 같아서 저명한 말러 연구가 그랑쥬는 ‘현과 하프를 위한 무언가(가사가 없는 노래)’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4악장은 로맨틱한 멜로디로 인해 말러가 그의 20 연하였던 미모의 아내, 알마에게 보내는 애정고백으로 많이 소개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네덜란드의 지휘자였던 멩겔베르크의 의견에 따른 것이며 많은 음악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


지휘자 멩겔베르크의 스코어, 말러 교향곡 제5번 4악장


그것의 근거는 제4악장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 중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의 모티브 때문입니다. 이 가곡과 제4악장이 매우 닮아 있어 제4악장은 말러의 애정고백이 아닌 세속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던 말러 내면의 고백이라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전체 교향곡의 흐름을 보아서도 사랑의 대한 감정보다는 삶에 대한 성찰의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지만, 사랑의 감정으로 제4악장을 감상하여도 곡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 중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제5악장 강한 긍정과 승리의 노래

제5악장은 ‘론도’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으며 에너지 넘치는 낙관적인 음형들이 강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며 전체 교향곡을 마무리합니다. 말러는 제5번 교향곡을 작곡할 당시 바흐의 음악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제5번 교향곡에는 바로크풍의 대위법들이 많이 등장하며 제5악장에서도 기교적이고 짜임새 있는 푸가토들이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제2악장에서 등장하여 미완의 승리를 보여주었던 장대한 코랄이 다시 나타나 곡을 마무리하는데 이것은 결국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승리로 마무리된다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글의 서두에서 설명했듯 말러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있으며 그의 복잡했던 정신세계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비엔나 시내에서 말러 (1904, 교향곡 제5번이 초연된 해)


하지만 우울한 죽음의 이야기로 시작된 곡이 극단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 몇몇 학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음악학자 아도르노는 이런 결말에 대해 ‘과장되고 헛된 기쁨과 긍정의 내용적 부실’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말러가 극단적인 대조를 통해 도출해낸 제5번 교향곡의 결말은 


긍정적인 삶에 대한 최고의 노래이며 어쩌면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해피엔딩’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말러 교향곡 제5번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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