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예훈 Sep 05. 2022

우리가 바라는 '해피엔딩' (2)

말러 교향곡 제5번

1
제1악장 장송행진곡

제1악장은 이 교향곡의 상징과도 같은 유명한 트럼펫 솔로로 시작됩니다. 트럼펫이 연주하는 모티브는 베토벤의 ‘운명의 동기’와도 닮아 있는데 ‘군대 나팔처럼 몰아서 연주할 것’이라는 주석이 달려 있어 군악대 소리를 듣고 자란 말러의 유년기 기억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또한 제1악장은 대조적인 2개의 트리오(중간부)를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빠르게, 열정적으로, 거칠게’라는 악상기호가 붙어있는 제1트리오는 죽음에 대한 격렬한 몸부림을 표현하고, 이와 상반되는 제2트리오는 쓸쓸하고 절제된 흐느낌을 들려주고 있어 죽음에 대한 말러의 서로 다른 생각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곡의 마지막은 장례행렬이 멀어져 가듯 아득하게 끝을 맺는데 제1악장은 곧이어 이어질 제2악장의 서주에 해당됩니다.


말러 교향곡 제5번 1악장 도입부의 자필보


제2악장 분노와 희망

제2악장은 ‘격렬히 움직이며, 거대한 맹렬함을 가지고’라는 악상기호로 곡은 시작되며 말러의 죽음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2악장의 특징은 분노와 평온함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상반되는 두 가지 감정을 같은 소재로 표현해내는 말러의 작곡 능력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특히 곡의 발전부에 등장하는 첼로의 ‘독백’은 탄식과 두려움, 구원을 바라는 애절함이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염세주의자였던 말러의 죽음에 대한 본심처럼 느껴집니다. 이후 애절한 구원에 대한 갈망에 대답하듯 금관악기가 이끄는 찬란한 승리의 코랄이 들려오지만 기대는 곧 사라지고 쓸쓸히 끝을 맺습니다.


2악장 첼로의 독백 (과천시립교향악단, 김예훈 지휘)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바라는 '해피엔딩'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