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짜릿한 첫 만남 / 1) 설레임 자극
저자 또한, 용기를 내 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내용이 있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1999년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였다. 당시 이영애같은 뽀얀 피부와 초롱한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단, 한가지 흠이 있다면 그녀는 다소 통통했다. 난 그저 멀리서 그녀를 바라만 봤다. 그렇게 자신감도 없었고, 내심 친해질 계기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남자가 생겨서 캠퍼스를 즐비하다 시피 했고, 어느 새 또 1년이 지나니 여학우끼리만 어울려 다녔다. 그 때 생각했다 아, 둘이 벌써 헤어지게 된 것인가? 라고 짐작했다. 근데 그녀가 좀 변했다. 어느 새 실연의 아픔일까? 그녀는 다이어트로 인해서 갸름해 진 것이다. 특히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때곤 단연히 독보적이다. 적어도 그 중 그녀는 내가 볼 때, 군계일학이었다.
가끔 식당에서 멀리서 그녀가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였다. 오죽하면 그녀도 찌개를 먹는구나 할 정도로 내겐 신비스러운 대상이었다. 실상 이름도 모르는 그녀. 어쩌다가 우연히 캠퍼스에서 지나치며 지나가는 그녀. 결국 안 다는 것은 의상 디자인학과라는 것만 알았다. 가끔 마네킨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그 때에 들어줘야 하지 않나 생각만 하고 그저 멀찌감치 멍하게 봤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연코 들어줬어야 했다. 그 게 설레임 자극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놓친 셈이다. 당시에 그만큼 어리숙했다. 누구에게 사랑의 코치를 제대로 받지도 못했고, 서툴렀다. 내 마음은 이름 모를 그녀에게만 향했다. 그러던 그녀가 저녁 해가 서서히 질 때 쯔음. 버스정류장 뒤 벤츠에 앉아 기다리는 모습을 봤다. 그것도 혼자서. 친구가 말하기를 그것은 기회라고 부축였다. 옆에 친구가 있으면 방해물이 되는데 이는 기회라고 몰아붙였다. 그 말은 맞는데 그렇다고 초짜가 감히 접근해선 안 되는 거 같았다.
왜 그녀를 신중한 기회를 봤냐면 상황은 이러하다. 당시 대학 2학년이라서 1학기 풋사랑 고백의 실패하였고, 2학기 때 점점 군대가기 압박의 나 역시 재정신인 상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군대 가기 전 여자친구 만들어보기 프로젝트는 기말고사 보다 더 가치가 있는 테스트였다. 그것은 인생의 테스트였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11월 말에 알게 된 그녀는 군입대의 마지막 나의 이상형 여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나지막히 다가서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아니 더 큰 의미로 내가 휴가나 제대 후에도 만날 수 있게 안면트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 후로 그녀와 만남을 위해서 일부러 나름 작전을 펼쳤다. 그녀가 늘 있는 버스 정류장에 저녁 8시라는 시간 대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둔갑해서 서성거렸다. 사실 버스를 탈 일도 딱히 없다. 정류장 뒤에 편의점 옆 벤츠에 그녀가 그때처럼 앉아 있는지 살펴봤다. 하루, 이틀이 그렇게 왔는지 체크를 하는 습관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전처럼 벤츠에 앉은 그녀를 발견한 것이다. 난 당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에 신에게 그저 감사했다. 마치 모든 게 이뤄진 듯히 기뻤다. 하지만 내 심장만큼이나 행동으로 잘 표현되고 싶었다. 마음은 천재감독이나 머리랑 행동은 바보선수이기 때문이다.
그 때, 부담없이 다가가서 말을 건냈더라면 하는 급 후회가 있었지만, 다시 상기해보니 꽤 순수했던 것 같았다. 그녀에게 다가서려고 할 때, 눈이 마주치고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편의점으로 후다닥 들어섰다. 편의점 안에서 밖의 그녀를 유리창 넘어 유심히 그녀를 살펴봤다. 나갈까? 말까? 꽤 고민을 하다가 나름 당시 인기가 있던 몇% 부족함을 사들고 벤츠 옆에 앉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내게 관심이 없고 버스가 언제오는지 시계를 바라보다가 고개는 저만치 반대편을 향해 쳐다봤다. 버스가 오면 모든 게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 시간이 다신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 용기 용기 용기. 내겐 용기란 말을 되내여 최면을 불렀다.
"저, 혹시 디자인과 아니세요?"
"네..근데 누구?"
"저 모르세요. 저는 신방과 2학년 학생인데요. 1년전에 같은 수업도 듣고,
옆 동아리 방도 썼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말해버린 것이다. 아마도 날 스토커처럼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낼름 이온음료를 주니 마지 못해 받았다. 별의 별 이야기를 했다. 버스는 왜 이리 안 오는 지. 난 오히려 제때 오지 않는 버스가 나에겐 더 좋았다. 그렇게 10분을 이야기 했다. 말은 솔직히 하다가 끊어지기도 했다. 그녀가 날 불쌍히 여겼는지 끊어질 때곤 말을 이어서 이야기했다.
"근데 버스타세요? 날 언제부터 그렇게 자세히 알았어요?"
갑자기 나온 질문! 당황 그 자체였다. 그럴때곤 버버벅 거리면서 이야기를 했다. 영화배우 송새벽처럼 아마도 어리숙한 어조로 했다. 반면 그녀는 꽤나 여유가 있었다. 그런 그녀가 날 재미있어 보일 지언정 남자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떠들다가 버스가 온 것이고, 그렇게 인사만 할 뿐. 뒤도 안 돌아보며 그녀는 훌쩍 떠났다. 그런 일이 있고서 습관에 못 이겨 정류장을 지나칠 때곤 벤츠에서도 몇 번 봤다. 그래도 그저 고개 숙여 인사만 할 뿐이었고, 그녀는 나를 은근히 피하는 듯 싶어 했다. 당시 너무 어려서 일까? 상황도 그러했다. 아마도 내 스스로가 곧 군대라는 곳을 가야하니 촉박해서 더 서두르지 않았나 싶다. 물거품처럼 사라진 어설픈 사랑.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설레임으로 가득찬 허상이었다.
상대가 설레지 않게 되는 표현 = 여유롭지 않는 모습 + 어눌한 말투
시간이 지나고 이젠 저자는 그렇게 어리숙 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 많은 고민을 많이 했다. 어느 새 이제는 나름 여자가 오히려 당황해하면 했지, 내가 당황하지 않는다. 이제는 누구와 편히 친해질 말투와 표정. 그리고 마음가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늘 첨 보는 이에게 작업을 걸지 않는다. 적어도 그녀는 우리학교 학생이었고 2년동안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학교 1, 2학년때 왜 그리 여자의 마음을 몰랐는지 내심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어설픈 용기가 더 민망하게 만드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녀는 버스 기다리기 초조한데 옆에서 음료수 주는 남자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인연도 있지만, 그 인연도 희한하게 서서히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과정속에서 '설레임 자극'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무턱대고 그 어설픈 용기로 번잡스러운 절차인 과정을 뛰어넘으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셈이다. 노트북에서 '노아'만큼 멋진 담대함도 아니었고, 미모의 여후배에게 보여준 남학생의 센스도 아니었다. 내가봐도 서툰, 그야말로 어설픈 용기었다. 억지로 꾸며 '내 맘이다. 알아주고 날 좋아해주라' 라는 짧디짧은 성의도 없는 우스운 표현으로 보였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혹시나 해서 10년만에 그녀의 미니홈피를 봤다. 세월이 지나설까. 그녀가 진짜 그녀인지 내 눈이 의심스럽게 했다. 비록 이제는 갸름하지 않는 그녀는 변했고 나란 존재도 아마 잘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젠 좋은 배우자가 생겼는지 홈피에선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좋은 짝을 만나 가정을 꾸려 살겠지?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녀는 참 가치있는 존재였고 추억이다. 어설픈 용기, 그런 실수로 하여금 나를 더 다듬어지는 과정이 되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 동정해하며 그처 애처롭게 생각해준 것도 고맙다. 적어도 나라면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니깐......
오히려, 이루어 지지 못해서 더 간절한 한 편의 에피소드다. 그 추억 속에 그렇게 설레여 본 적이 없기에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후에 깨달았다. 바로 내가 아니라 상대가 '설레임 자극'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좋아하는 게 아닌데 난 당시 나 혼자 너무 설레였다. 남에게 어떻게 해야 자극이 되는 지를 전혀 몰랐었다. 침착하지도 않았고, 버버벅 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실패를 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로 인해서 많은 용기가 되었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