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2-2) 해변가의 씨름

1장. 짜릿한 첫 만남 / 2) 인상깊은 행동

by 휘련

2-2) '인상깊은 행동'이 성공 - 해변가의 씨름


대학 때,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아주 입담이 좋아서 다들 특이하며 개성넘치다가 인기가 많았다. 심지어 말을 워낙에 잘해서 김제동 뺨 친다고들 극찬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쉬움이 있으니 제대로 된 여자가 없었다. 이유인즉 사람으로써는 너무 재미만 있지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그는 이미 우리학과에서도 유명인사와 다름이 없다. 그 친구가 함께 술자리를 하려고 기대하는 신입생도 많았다. 아예 '저 사람은 재미난 사람' 이러한 이미지가 강하게 박히기 때문에 도리어 이성적으로 불리하다고 토한 적이 있었다.

그 누구보다 여자의 심리를 잘 아는 친구. 그는 이런 자신의 이미지에 상당한 마이너스라는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나름 전략 다운 전략을 짠 것이다. 바로 이제는 더 이상 말로 승부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웃긴 말이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말이 아닌 얼굴이나 운동으로 승부를 걸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한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뭐 또,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MT를 소재삼아 비상한 전략에 승부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2003년 훈남과 미모의 여대생 사건이 있고 난 1년 후라서 더 기대가 컸다. 실로 MT는 그야말로 과 CC가 되는 절호의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타깃 대상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과 여후배가 아닐까 싶었다. 그것도 신입생일 것이었다. 적어도 신입생에겐 아직 그가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많았던 그 친구가 MT에서 묵묵히 지냈다고 한다. 아마도 베일에 쌓여져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좋아라 하는 술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최대한 기존의 이미지와 다르게 나갔다.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은 그 모습에 웃기지만 도와주는 차원에서 어금니 꽉 물고 애써 참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듣는 나 또한 놀라웠다. 아니, 그 친구의 장기인 입담을 과시하지 않는 것은 뭘까? 그동안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면 이번엔 보다 다른 방식을 꽤하려는 술수가 아닐까 여겼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스포츠를 잘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무리수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가 담날, 해가 뜨고 어김없이 MT의 별미인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전에 소개하던 '러브피구'와 또 하나는 '심청쇼'다. 그 해 난 참석을 하지않아서 러브피구는 어떻게 벌어진 지 알 수 없지만 그 해의 심청쇼 이벤트가 강렬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다 인상이 깊어 잊을 수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심청쇼란 쉽게 이야기 하면 바닷가 물에 빠뜨리는 학과의 의식인 셈이다.


내 친구는 전략적으로 영화 한 편을 찍기를 원했다. 그래서 바지에 흙을 훌훌 털고 두리번 거렸다. 아마도 멋지게 한 여인을 들어서 바다에 빠뜨리며 사랑을 싹트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게 약점이 있다면 그리 힘이 세지 않았다. 그래서 좀 가벼운 상대를 골라야만 했다. 그렇게 과연 신입생 중 누구를 빠뜨릴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뒤에서 덩치 큰 남자 후배 몇명이서 그 친구를 쉽게 들어 올렸다. 상황도 모르면서 도움은 커녕 그를 더 추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흥건히 바닷가에 빠뜨려 버리곤 나 몰라라 도망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도 여기저기 심청쇼가 이어지기 바빴다. 그렇게 이 친구는 물에 빠진 생쥐마냥 온 몸이 젖어 있으며 몸이 부슬부슬 떨기 시작했다. 주변 학우는 친구를 보고 폭소했다. 한 후배는 그 중에 이 친구만을 집중 사진찍기 바빴다. 억울해서일까? 자신의 전략을 뒤로한 채 아무나 잡아 심청쇼를 원한을 풀려고 정신없이 헤매였다.


그 와중에 한 신입생 여자 후배가 걸린 것이다. 물론 이 때만 해도 이 친구는 그녀가 누군지 몰랐다고 한다. 워낙에 바닷물이 매워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고 한다. 근데, 보통 여자는 아니었다. 순순히 심청이를 원하지 않는 강력한 인물이었다. 그녀가 저항을 한 것이다. 여자지만 마른 체구라도 힘이 워낙에 좋아서 친구가 위태로웠다. 둘의 힘은 거의 비슷했다. 급기야 물에 빠진 생쥐랑 저항하려는 심청이의 씨름을 다들 지켜보기 바빴다. 물에 빠뜨리는 것보단 이들의 씨름이 갑자기 이슈가 된 것이다. 그 모습에 다들 카메라를 찍기 바빴고 그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실갱이가 이뤄졌다.


게다가 주변인들 또한 이 재미난 광경을 말리지도 혹은 도와주지도 안았다. 심지어 응원하는 소리도 있었다. 친구가 제 아무리 사내지만 체력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반면 나이 어린 신입생이라서 그런지 기가 펄펄했다. 서로 팔의 티를 잡은 채 둘이 빙빙 돌리면서 빠뜨리기와 저항의 몸부림이 시나브로 그 동작, 차차차 댄스로 변하는 듯 했다. 여 후배가 워낙에 힘이 좋아서일까 몸을 돌다가 뿌리치고 뒤 돌아서 도망치는 것이다.


이렇게 끝날 내 친구가 아니었다. 그 와중에 필사적으로 달라가 그녀를 잡은 것이다. 아까처럼 주변인들이 더 몰려서 빙 돌며 그들을 주시했다. 다시 실갱이 벌어지고 급기야 또 다시 차차차는 더 거철어지면서 어느 덧 씨름으로 번졌다. 그러다가 친구는 순간적인 행을 발휘했다. 그녀의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렸다. 제 아무리 힘이 없어도 사내는 사내였다. 어릴 적 씨름을 잠시 했던 감각이 베어진 거 같았다고 한다. 그는 결국엔 힘보단 기술로써 제압했다. 그렇게 안다리 걸기에 성공했고, 서로 부등켜 깨알같은 모래사장에 사뿐히 넘어지게 된 것이었다. 학우들은 박수를 치면서 '우와~' 함성이 터져나왔고 이어져 '사겨라'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것이 단순히 사람들 기억이 아니라 카메라에도 고스란히 포착이 된 것이다.


둘은 잘 모르는 사이인데 이렇게 특이한 인상깊은 행동으로 가까워지게 되었다. 물론 여자가 안다리 걸리는 바람에 순순히 바다에 빠져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힘이 없는 그 친구가 후배를 들다가 힘들어서 중간 몇 번 쉬었다 간 것도 재미난 광경이었다. 그렇게 영화같이 갑작스레 주연이 된 두 남녀. 결국엔 캠퍼스 커플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아마도 그 둘이 그러한 과정이 없었더라면 사귀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 재미가 난 것은 순순히 첨부터 여자가 빠졌더라면 다른 심청쇼가 차별화가 없어서 별 다른 반응없이 자연스레 신입생 맞이로 여겼을 것이다. 근데 남자는 힘이 없는 편이고 여자가 센 편이 만나서 씨름판 광경을 연출한 게 자체가 인연이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친구가 바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눈으로 약한 체구를 상대했을텐데 바다에 빠지는 바람이 아무나 잡다가 벌어진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인상깊은 표현의 방식 = 주변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움

(사랑은 말보다 표현이기에 오래가게 기억되어야 함)


이렇게 여러가지로 볼 때, 다 관통하는 연결고리가 맞아서 이뤄지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에 그러한 호응이 없었더라면 이 드라마틱한 연출이 극대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 느끼는 것인데 단 둘의 편한 데이트보다는 남들이 보는 시선을 몰래 자극하면서 데이트 하는 게 더 아찔한 것 같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은 난 그의 색다른 모습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역시도 말보다는 행동이 더 상대에게 자극으로 다가설 수 있음을 전해주었다. 그렇다 사랑의 표현은 말보다는 행동이다. 그러기에 그 행동이 그에게 특별하게 전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같은 상황 속에서 둘만의 특별한 연출을 한다는 것. 그 것 자체가 주연이 되는 것이고 남들은 조연이 되는 것과 같다. 인상깊은 행동으로 서로에게 주연이 되게끔 연출해야 한다. 사랑은 누구보다 특별해야 그 가치가 발산되기 때문이다. 남과 다른 '인상깊은 행동'은 아마도 둘만을 더 아름답게 비추어주는 조명과도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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