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짜릿한 첫 만남 / 3) 자연스런 끌림
친구와 나는 영화예매를 하고 영화관람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나와서 돌아다녔다. 잠깐의 저녁식사 이후 그래도 나름 사업의 관심이 있어서 카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향후 카페란 이렇게 만들어야 성공하지 않을까 싶어서 괜한 허황된 꿈을 꾸며 방황했다. 자연스럽게 만나지 못햇던 형의 장소와 같은 홍대 근처였다. 잘 알다시피 홍대는 젊음의 거리이기에 이성이 말을 건내는 것은 꽤나 자유분방한 편이다. 거기에 대해서 '싫어요' 얼굴을 찌푸리는 고지식한 여자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뒷태가 괜찮다고 여길만한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나른한 듯 홀로 있는 것이 아닌가? 누가봐도 말을 걸어도 될만한 분위기다.
친구는 이 기회를 살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 친구는 말을 워낙에 잘하는 친구다. 직업도 고객을 상대하면서 상담을 해주는 터라 자연스런 말에 있어서는 귀재와 다름이 없다. 다소 큐티한 외모도 한 껏 더하기 때문에 잘 이용하면 여자의 감수성을 잘 자극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친구다. 또한, 순간적인 상황 판단이 빠르기 때문에 이에 적절한 멘트가 나오는 친구다. 그 여인에게 머뭇거리면서 상황을 살피고 있다. 난 멀찌감치 그의 행동을 관찰했다. 정말 좋아서 하는 지 나에게 '자연스런 끌림'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지는 몰랐다. 여하튼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는 좀 엉뚱한 듯 보였다. 혼자 치마를 입은 채 쭈그려 앉아서 자가용 아래쪽을 응시하는 게 아닌가? 다른 각도에서 돌아 친구가 그녀를 지켜보니 차 안에 있는 고양이에게 뭔가 주려는 것이었다. 솔직히 좀 정상적이지 않는 사람같긴 했다. '고양이를 부탁해' 영화를 혼자 찍는 사람같아 보였다. 옷차림도 집시와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여자였다. 친구는 그런 여자가 매력적인지 뒤돌아서 내게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여유를 보냈다. 아마도 뭔가 할 태세의 신호인 듯 했다. 그녀에게 자신도 쭈구려 앉은 채 얘기를 던졌다. 정말 상황에 맞는 자연스런 끌림의 대사가 등장했다.
"고양이 키우시나봐요~"
"앗, 네.."
"저 고양이인가요?"
"아뇨. 저건 지나가는 고양이에요."
"아니, 근데 여기서 뭘 하세요?"
"전, 고양이를 좋아해서 이 소시지를 줄려구요. 이거 편의점에서 샀는데"
"아하, 편의점까지 가시다니. 정말 고양이를 좋아하나 봅니다."
"네, 실은 고양이 카페가 있다고해서 왔어요!"
"아 그래요? 고양이 카페라..."
"아세요? 거기 약도가 있는데 어딘지 봐 주실 수 있어요"
"아 그럼요. 저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인데요. 고양이의 매력은 눈 웃음이죠"
"그럼요. 제가 기르는 고양이는 웃을 때.. 아 휴대폰에 있는 사진 볼래요?"
말은 이렇게 자연스레 흘렀다. 실상 내 친구 고양이 되게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같은 소재로 출발하는 거 자체가 대단했다. 나는 좀 분위기를 친해지려고 웃자는 차원에서 다가서서 먹고 있던 종이컵 커피를 차 밑에 있는 고양이에게 뿌렸다. 그 때까지만 해도 둘이 고양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리라 생각못했다. 근데 두 명이 날 쏘아붙이는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여자의 표정은 "저, 자식이 뭔데..."라는 것을 말하는 듯 했고, 친구의 표정은 "내가 작업을 하는데 넌 왜 와서 방해야! 이따보자"라는 것 같았다. 분위기상 다시 내가 빠졌다. 결국 고양이는 도망쳤고, 둘의 분위기는 나 없이도 잘 이어졌다. 오히려 내가 방해를 한 것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다시 능청스러울 정도의 여유로 그녀와 추후 연락하기로 한 것이었다.
자연스러운 끌림 = 공통관심사로 편하게 메시지 공유 -> 추후에 만나서 계속 대화할 거리를 만듦
게다가 난 그 친구에게 꾸중을 들었다. 난 사과를 했지만 그 친구의 말은 '넌 아직도 상황판단을 잘 못하는 거 같다'고 했다. 친구가 워낙에 호탕이 좋으며 여유가 있기에 그로 인해서 화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하튼, 둘의 만남은 영화같았다. 아니 만일 다른 사람이 했어도 그렇게 스크린 그림이 나올까?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상황이 '로멘틱 코미디'가 되고 '다큐멘터리'가 되고 '시트콤'이 되는 거 같다는 걸 알게되었다. 또한, 상대방도 누구를 만냐는 것에 따라서 달라지기 마련이다. 아마 그 날 고양이를 제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일지언정 편의점 소시지를 사주는 평범녀가 아니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다행히 전후상황 판단이 빠른 친구의 센스가 대단해 보였다. 지금도 가끔 그 친구와 그 얘기로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근데 아직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도대체 홍대에 '고양이 카페'는 어디에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큰 개가 있는 카페는 한 번 가본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 것이 아마도 자연스런 끌림. 그렇다. 우리는 머리를 굴려가면서 이 때에는 이러한 말을, 이 때에는 이러한 행동을 이렇게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서 늘 답이 뻔히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랑의 꽃은 연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딱딱한 로보트와 같이 정형화된 메마른 곳에서 꽃이 피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말보다는 표정이나 행동도 함께 겻들여서 표현하는 것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이를 캐취 못하는 이들에겐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많이 시도하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이다. 참고로 그 친구는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무턱대고 첨 본 여자에게 말을 잘 붙이는 성격이다. 전에 없었던 자신감을 그 친구는 그렇게 해서 극복하며 키우게 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