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2-2) 세상 속 화폭, 아름다운 정경

7장. 둘만의 추억거리 / 2) 함께 본 장면

by 휘련

2-2) 세상 속 화폭, 아름다운 전경



여인을 만나서 서서히 진행될 때마다 나는 늘 남산을 오르려고 한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여인이 있는데 그녀는 중국으로 유학가기 전 잠시 나를 만났다. 우리는 명동에서 데이트도 하고 도중에 일본 TV프로그램에서 인터뷰도 하면서 재미나게 보냈다. 그 여인과 나는 그리고 곧장 남산으로 향했고, 나는 사실 이 길이 남산으로 가는 것인지 아닌지 모른 채 그렇게 걸었다. 그 10월의 저녁. 어스름하게 추워진 사이 우리는 행복한 마음을 품고 걸었다. 걷다보니깐 남산은 나오지 않고 이상한 학교 뒷문으로 왔는데 거기가 알고 보니 동국대학교였다. 우리는 40분 동안 걸으면서 재미난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걸어온 지를 몰랐었다. 그저 남산 뒷 길이 예쁘다는 거 외에는... 동국대 뒷 편에 나즈막한 커피샵이 있었고, 우리는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가 뚱뚱한 고양이 한마리가 보였고 커피샵에서


‘얼마나 많은 간식을 먹었길래 이렇게 살이쪘냐'


며 고양이와 그녀가 대화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몰래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은 차후에 폰으로 전송을 했다. 그런 그녀가 중국으로 유학을 가고 그 여인의 약속을 품에 안으며 나는 작곡을 공부했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 기억이 피천득 인연에서 마치 아사꼬를 기대하듯이 그리웠다. 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온 그 여인을 그 후에 본적이 없었다. 비슷한 사람을 봤는데 아마도 그 여인의 쌍둥이 동생인 듯하다. 그 여인이 쌍둥이 언니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서 그 여인을 서서히 잊혀져가고 다른 이성을 만났다. 그 이성과는 이번엔 남산을 제대로 오를 수 있을 법했다. 저번처럼 도중에 길을 잘 못 들어서 동국대로 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가야 남산임을 알고 걸어 올랐다. 그 때에도 10월이었다. 1년 단위로 오르면서 빗방울이 촉촉하게 이마를 적시웠다. 그리고 갑작스레 온 빗방울에 대처할 수 없어서 우리는 흥건히 비를 맞았어야 했다. 뛰어서 가가쓰로 벤츠를 발견하고 나무 아래에서 몸을 쉬었다. 한산한 저녁. 해가 지고 오직 빗방울로 이 서울 도심을 조용히 샤워하는 듯 했다. 더군다나 말끔하게 온갖 소음과 더러운 탐욕을 씻기여 내는 듯 했다. 영혼의 세례를 받는 듯, 나와 그녀는 그렇게 비를 맞으면서 추워서 서로를 얼싸 안고 안기었다. 그리고 귀에다가 온기를 불어 주면서 손을 맞잡으면서 체온을 유지했었다. 비는 오다 말다해서 어렵사리 인근 편의점에서 일회용 우산을 하나 구해서 함께 썼다.

그리고는 남산 아래에 전경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하니깐 그녀는 여러 여자를 데리고 온 사람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비가 오는 그 남산 아래의 전경을 우두커니 지켜보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특히 산 아래에 있는 저 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기막힌 인연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이 익숙해선지 딱히 감동을 받지 않는 듯 싶었다. 아마도 나는 전에 오던 그 동국대 고양이의 여인을 잊지 못하는 듯 싶었다. 그녀 또한 그러한 나를 이해시켰다. 그리고 그 여인을 위해서 만든 작곡을 직접 전하지 못해서일까? 곁에 있던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그녀는 눈치를 챈 듯 했다. 하지만 이내 표현을 하지 않았다. 말없이 음악만 흘렀다. 그 음악만이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그녀와 나는 우산 속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남산 아래의 한 곳을 바라만 봤다. 도심 속에서 버스와 수많은 차량. 그리고 네온사인. 이 아래에는 어둡고 척박하고 바쁘고 세상의 여유란 없었지만, 우리는 이렇게 위에서 잠시나마 쉬었다가 가는 찰나이자 한 템포 뒤에서 물러나 삶을 음미하고 있다고 내가 덧붙어 얘기했다. 그녀 또한 그러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랑은 바쁘고 분주하고 자기 위주로만 챙기고 일과 사랑 사이에서 사랑도 업무의 한 통속으로 여겼지만, 이렇게 산 위에서 보니 인간의 동작은 마치 작은 인형처럼 보였고, 그 좁디 좁은 공간에서 악착같이 살려는 모습이 과연 의미가 있는 행위인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저 안에서 뭘 그리 바라면서 속물처럼 팍팍하게 살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는나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저렇게 살지 않고 여유있고 사랑의 안식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나의 말이 통했을까? 그녀 또한 그러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서 우산 속에 나에게 더 기대면서 바라봤다.


사랑하는 이는 이렇게 한 곳을 바라봐야 한다. 그 한 곳을 보면서 같은 심상을 전해줘야 한다. 만일에 이때에 분위기에 맞지 않게


"저기 버스 신호 어겼다! 봤어?"

"여기서 보니깐 명동 되게 작은데"


이러한 말을 만일에 했었더라면 나를 아마도 무드를 모르는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여자는 자고로 분위기에 약하다. 마치 흔들리는 갈대마냥 바람에 따라 흩날린다. 한올한올. 그래서 한 장면을 보면서 화가의 작품을 보듯이 그 속에서 감명을 받은 얘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 장면 속에서 무언가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둘 만의 화폭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작품의 스토리와 알찬 내용의 의미를 담기에 더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화가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 옥션의 가격을 보고 기겁들 하는데, 사실상 그 가치와 의미를 알면 당연한 액수다. 유일무이한 작품이며, 시대를 뛰어넘어서 구하기 힘든 걸작일수록 의미가 크가 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상을 반영하는데 훗날 어찌 가격으로 비교를 하겠는가? 사랑도 그렇다. 둘만이 보고 있는 장면을 잘 살려서 그 둘만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케 하는 무엇가의 메시지를 상대에게 알려야 한다.



* 함께 바라보는 장면 = 화폭의 가치처럼

: 함께 바라보는 장면을 -> 마치 화가의 화폭처럼 둘 만의 스토리를 넣어서

-> 그 의미를 부여하여 -> 사랑의 가치를 높이게 한다.


때로는 이것이 억지 주입이 되서는 아니되겠지만, 둘만의 보는 장면은 그냥의 장면이 아니라 영화 속 한 화폭의 의미처럼 선사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둘이서 바라보는 그 장면이 하늘에서 우리를 위해서 축하해주려고 만든 배경이라고 하는 것도 유치하지만 의미가 있다. 진짜, 둘을 축복하기에 모든 것들이 준비해 놓은 마냥 하는 것이 여러 사람들 중 가운데 둘만이 유독 눈에 띄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 함께 바라보는 전경 = 하늘이 만들어준 화폭으로 여김

: 사랑하는 이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배경


사실 별 것도 아닌 상황이지만,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와 생각을 어떻게 여기냐에 따라서 그 의미를 다르게 접할 수가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아름다운 전경이어야 할 것이다. 마치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듯이 아름다운 경치와 배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 질 것이기에 더 로맨틱할 것이다. 이내 사랑의 배경으로 극대화 되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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