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1-1) ‘첨밀밀’ 아름다운 경적소리

8장. 사랑이 다른 표현 / 1) 사랑을 신호로

by 휘련

1-1) 첨밀밀 (1997)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적신호


소군(여명)과 이요(장만옥)의 80년대를 사는 홍콩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둘은 홍콩으로 가는 열차와 버스에 올라타면서 그렇게 만나게 된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두고 그렇게 홍콩에서 만나게 된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이요. 그녀를 처음 만난 소군. 소군은 이요와 함께 맥도날드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우선 영어공부를 하라며 자신이 청소하는 학원가에 그를 등록시킨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어가면서 등 뒤로 청소하면서 배우는 이요.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생활력 깊은 삶 속에서 서서히 빠져드는 소군. 어느 날 영어수업을 마치고 소군은 자신의 차로 바래다 주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닌 자전거다. 홍콩의 번창과 함께 그 주변을 아름다운 화폭으로 끌어 담아 움직이는 이 자전거의 남과 녀. 아마도 힘겹게 사는 젊은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능동적인 진취적 나가려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외로운 홍콩바닥 소군은 광동어도 영어도 못하기에 더 외로운 사내라서 유일한 친구인 이요에게 그저 잘해주기 그지없다. 둘은 잠시 만난 인연. 그렇지만 둘의 사이는 애인이 아닌 우정사이임을 결정 지으며 선을 긋는다.


둘의 공통적인 교감이 있는데 바로 가수 '등려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등려문은 사랑의 결실을 맺게 하는 또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 등려문이 너무 좋아 결국 이요는 대륙의 인기 여가수를 홍콩 사람들도 좋아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밤중에 테이프를 팔았으나 좀처럼 팔리지 않아 그녀의 사업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그녀 옆에 늘 지켜주던 소군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바로 소군이 소정이라는 약혼자와 결혼을 한 것. 그렇게 결혼식에 참여한 이요는 역시 함께 동반한 애인 표라는 사람과 오게 된다. 그렇게 이요와 소군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이요가 소정과 소군을 차에 태워서 각자 바라다 주는 데 일이 있어서 소정이 먼저 내리고 이미 결혼한 소군과 함께 있는 이요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말 없이 시내를 돌고 돌다가 차에서 '등려문' 노래와 함께 젖어든다. 그렇게 다시 서로의 공통교감인 등려문의 노래와 함께 다시 말을 이어가는데, 그러다가 길거리에 우연히 싸인을 해주는 '등려문'을 보게 된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소군은 싸인을 받으러 간다. 등려문은 친절하게 소군의 자켓 뒤에 글을 썼다. 소군은 다시 돌아와 차 밖에서 이요와 몇 마디 마치고 작별을 고한다. 차에 멈춘 이요은 등려문 싸인이 적히며 서서히 걸어가는 소군을 먼발치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러다가 뭔가 지쳤는지. 너무 놀라서 잠시 정신을 잃으며 이요는 고개를 꾸벅 숙이다가 그만 경적을 울렸다. 그 경적. 여명은 그 소리에 길가다가 멈춰 뒤를 돌아본다.



세상에서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경적이 아닐까? 이미 결혼한 남자이지만 한 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이기에 그 마음을 자동차 경적 신호에 담아 낸 것이다. 그 메시지. 이 상황에서 그 어떠한 기나긴 말보다 그 어떠한 여러 가지 표현보다 더 간결하면 함축적인 신호다.



영화 속에서는 이 장면을 음악과 함께 잔잔하게 흐르다가 경적소리에 멈추고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이 둘의 시간과 감정에 중심을 두고 있다. 소군이 다시 다가와서 차 안에 있는 이요에게 차창 너머의 진한 키스를 한다. 서로 간의 그 동안 말할 수 없는 입으로 대신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차 안에 있는 이요. 그리고 차 밖에 있는 소군. 둘은 이미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할 인생이지만, 지금 잠시라도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은 어떠한 장애라도 막을 수 없게 묘사되고 있다.


아무때나 바쁘다고 누르는 경적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서 단 한 번. 아마도 이 경적소리로 인해서 다시금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단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듯 사랑은 숱한 표현의 '사랑해'라는 그 말. 그 흔한 단어로 100마디보다는 단 1번의 그 이상의 신호가 더 가치가 클 것이다. 첨밀밀에서 이 경적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 사랑의 신호는 흔하게 발동되지 않아야 한다. 무턱대고 경적을 누르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장 필요한 시점에서 1번이 의미가 크다. 또한 이 신호가 다른 이들은 몰라도 둘만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메시지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상호 공감의 매개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 쪽에서만 신호를 보내는데 상대방이 못 알아볼 경우는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 많은 오해와 가슴앓이가 될 것이다. 또한 사랑의 신호는 말보다 진한 감동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신호라고 하기엔 너무 약소하다면 그 감동의 불씨가 집히다가 그 새 꺼지기 쉽상일 것이다. 그렇기에 담백한 감동이 담겨져 있어야 할 것이다. 제 아무리 마음을 졸이면서 자신의 혼신의 표현이 때로는 진하지 않게 되기에 허망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요즘 CF에서도 그냥 커피가 있고 진하게 감미로운 커피가 있듯이


* 사랑의 신호

1)필요할 때 적당히 사용 2)둘 만이 느낄 수 있는 매개체 3)말보다 진한 감동


모든 연인들이 짧고 통일된 그 흔한 '사랑'이라는 국한된 언어가 아닌 그들만의 신호로 표현을 한다면 최고의 사랑표현이 아닌가 싶다. 연인에게 정말 사랑한다면 어떠한 신호로 표현을 하는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인연이라기 보다는 그저 그러한 연애로 마무리 될 수밖에 없다. 이유인즉 기존과 달리 별반 차이가 없는 흔한 연애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하는 문자로 '자기! 일어났어?' 혹은 '오늘 뭐해!' , '네가 보고싶다' 라는 것은 익숙하다. 특별한 신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기발한 사랑의 표현으로 남산의 자물쇠로 잠그는 것이 한 때 유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 게 너무나 식상할 정도로 알고 있기 가치성이 떨어지기도 하다. 물론 그 걸로 인해서 관광효과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몇 천개가 넘는 자물쇠 연인이 자신들의 거기에 종속되어 있다면 그저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신호는 그들만의 은밀하고 달콤하게 표현을 해야 한다. 그들만의 신호로...


* 첨밀밀 (둘만의 경적소리로만으로도 사랑의 신호임을 아는 사이)

https://www.youtube.com/watch?v=PvMjJ4QyZ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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