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둘만의 추억거리 / 3) 사랑을 춤으로
문근영이 대학교 방학기간에 맞춰서 짬을 내어 만든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학업마저 포기하면서 춤에 조금 더 접근하여 아름다운 동작을 선보여, 국민여동생의 첫 성인극화를 시도하여 더 이목이 집중된 영화다. 여자 주인공 문근영의 연변소녀 채린. 그리고 그와 함께 호흡하는 남자 주인공 박건형의 '영새'는 마치 연기를 넘어서 실제 인물처럼 영화 속에서 잘 담아 실제 인물이 된 듯하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연인의 시작점이 아니라 중국에서 넘어온 한이 많은 조선족 소녀와 그를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춤의 인생을 건 사내의 이야기다. 둘은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일적으로 만났으나, 서서히 소녀에게는 그 무뚝뚝한 사내의 자상함에 그만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내는 잃어버린 연인의 아쉬움이 커서인지 소녀의 마음을 좀처럼 관심이 없다. 사내는 오로지 춤을 추면서 그 때만큼은 잠시 사랑에 빠져있을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사내에게 소녀의 파트너쉽은 아직 미숙하다.
아직까지 채린은 진정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기에 그 마음을 춤으로 표현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영새에게 매번 꾸중을 듣는다. 정말 사랑하듯이 춤을 춰야 한다고 당부하지만 소녀에게는 아직 그 말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너무 어려서일까? 아니면 사내의 사랑수준에 도달하기 힘든 표현법일까? 하지만, 소녀도 춤을 이해하고 느끼고 반응하게 되고 있다. 바로 춤은 실력이 아니라 표현이라는 것. 그 뜻을 이해하고는 파트너를 바라볼 때, 진정 사랑하는 이라고 느끼고 춤을 추기로 한다. 그 표현법. 어린 소녀에게는 아직은 잘 모르지만, 아마 느끼는 이 마음의 진실성이 묻어나면 상대도 느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더군다나 진짜로 사랑하는 이와 파트너가 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는 서서히 그 장면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기에, 관객들도 주인공과의 동일시 현상을 일으키며 춤실력의 성장을 함께 이겨내고 있다.
춤이란 무엇이랴? 인간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장 순수하고 본능적인 몸짓이 아닐까? 굳이 언어가 필요없이 언어 이전의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알게 되는 바디랭귀지의 예술성이 아닌가 싶다. 그 속에서는 사랑을 너머 환희, 절규, 시기, 분노, 욕망, 온유, 희열, 광분, 참회, 억울, 자만, 위풍, 괴로움, 외로움, 처량, 초연 등등의 감정을 담아 낼 수 있다. 더군다나 현대무용은 그러한 표현의 방식으로 하나의 테마가 담긴 작품으로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몸짓의 자체가 행위예술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 춤이란 무엇이랴? 단순히 몸짓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음악이 함께 있어야 한다. 춤은 그 리듬에 맞춰서 흩날리는 민들레의 홀씨와도 같은 것이다. 바람의 지휘에 따라서 여기 저기 흔들리는 홀씨의 댄스가 연상될 것이다. 특히나 음악의 타악기 리듬에 박자를 맞춰서 그 춤의 동작이 서서히 펼치어지는데 대체적으로 곡의 빠르기나 세기와 절정에 따라서 음악에 몸이 맡기어 반응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사랑이라는 테마가 들어가면 그야 말로 춤의 3박자가 이루어 지게 되는 것이다.
* 메시지를 표현할 춤의 3요소
1) 표현하려는 동작 / 2) 춤을 리드할 수 있는 음악 / 3) 메시지를 담긴 마음
이 3가지 중 하나가 빠지면 그 것은 제대로 된 탱고도 차차차도 룸바도 나 올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 메시지가 사랑이라면 얘기는 더 깊게 들어가게 된다. 사랑이 담긴 예술이라면 더 표현하려면 실제 상대와 사랑에 빠져야 할 것이다. 그 메시지가 마음에 담겨져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역이용하여서 소위 강남제비들도 춤으로 여성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영화 <바람의 전설>에서 이성재가 그러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과연 그렇다면 춤은 무엇인데 그렇게 그 묘미 속에서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우선, 춤은 사랑스런 스킨쉽이지만 그 목표가 뚜렷하게 예술로 승화한다는 점을 모티브로 깔고 있다. 둘이 사랑이 스킨쉽에서 욕망적인 감각으로 번지는 게 아니라 절제 속에서 또 다른 표현을 하는 카타르시스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혼자 추는 춤은 어쩌면 사랑에 대한 목마름과 갈증을 표현한다면, 함께 추는 춤은 그 사랑의 손길을 자극하여 마음 속의 멜로디를 몸짓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자극적으로 다가서는 터치. 그리고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다가 하며 상대에게 유혹을 하는 눈빛. 그리고 강렬한 심장박동과 음악소리의 리듬과 맞물리어서 요동치는 스텝. 그리고 주변을 애워쌓는 조명. 그리고 댄서에게 허락된 그들을 떠 받들고 있는 스테이지. 이러한 것들의 모든 요소가 더욱 풍성하게 이루고 있다. 그저 단순히 춤은 몸짓이 아니라 이러한 요소들의 총체적인 집합이다.
그 속에서 원, 투 스텝. 그리고 턴 앤 턴.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눈과 귀와 모든 신경의 촉각이 하나 되어 상대와 상대를 이끌어 내면서 궁극적인 표현의 몸짓을 향해서 나아가는 진보적인 동작이다. 영화 "백야"에서 탭댄스는 그야 말로 자유의 나라를 가고 싶어 하는 갈망의 걸음이요, 영화 "펄프픽션"에서는 상대를 향한 매혹적인 동작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단순히 동작을 무엇으로 취하느냐가 아니라 거기에 해당하는 메시지가 담긴 음악. 그리고 그 메시지에 부합되는 마인드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그 마인드가 담겨 있냐 마냐에 따른 디테일한 동작과 시선 그리고 표정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 댄서의 순정 (사랑의 진심을 담아 몸으로 표현)
https://www.youtube.com/watch?v=OK1qv3pVX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