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이별이 된 계기 / 3) 연락두절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서서히 시한부의 삶을 사는 한석규에게 이제 막 성인이 된 앳띤 주차단속 심은하를 지켜보고 있다. 그녀는 늘 밝고 웃음을 잃지 않고 앞으로 사랑을 할 많은 나날이 넘쳐날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 이 남자는 자신의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시한부다. 그래서 '마지막 잎새'처럼 힘 없지만 힘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잘 모르지만, 아픈 사람만이 그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한 곧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생명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더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무엇가를 하나를 얻어도 귀한 것이다.
그런 그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작은 가게 사장이다. 마치 자신의 영정사진이나 찍어야 하는 신세인데 갑작스레 싱그러운 그녀가 찾아온 것이다. 바로 사진관의 손님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생애 얼마 남지 않는 삶에 있어서 아마도 평생 마지막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온 것이다. 그렇게 둘은 사건의 발달이 시작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랑해서는 아픔만 주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애 마지막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서서히 그녀에게 끌리는 그다. 그의 자상한 표정은 늘 그녀를 대할 때마다 웃는다. 그런 그녀는 그러한 자상함에 끌려선지 왜 늘 자신을 보고 웃냐며 좋아한다. 그렇게 서서히 사진관 손님으로 시작되어서 친해진 둘은 놀이동산도 가며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재미없는 군대이야기나 하는 아저씨인 그에게 팔짱을 자연스레 끼면서 애틋한 사이로 발전해 나가는 듯 싶다.
* 8월의 크리스마스 (추억의 부스러기_KBS)
https://www.youtube.com/watch?v=p1boVfO5qR8
하지만, 더 깊이 사랑한다면 아마도 그녀의 가슴이 아파질 것을 알아선지, 조용히 연락없이 사진관을 정리하고 심지어 어리숙한 식구들에게 자신이 떠나면 못할 것 같은 일들을 일일이 기록한다. 특히나 아직도 리모컨 작동이 서툰 아버지를 위해서 그 기록을 하면서 진짜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가슴아프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사진관은 문을 닫는다. 갑자기 문을 닫아버린 사진관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어떠할까? 제발 소식이라도 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클 것이다. 혹시나 간간히 와서 사진관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틈에 편지를 써서 적어 놓는 그녀. 그러나 그의 대답은 없다. 어느덧 편지가 하나하나 쌓여만 가고 너무나 분한 그녀는 사진관 유리창에 돌을 던졌 깨뜨린다. 결국 그렇게 그는 갔고 그녀도 그런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으나 그 추억을 깊이 간직하며 영화의 막을 내린다.
한석규는 그렇게 소리없이 연락을 끊어버리게 된다. 그 어떠한 소식도 남기지 않는 채. 그저 그녀의 머리속에서 추억으로 기억되면서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마지막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일수도 혹은 너무나도 미안해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 보며 대할 용기가 없어서 그러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아픔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서도 있다. 그저 미움으로 번질 지언정 자신의 병걸린 모습을 그녀에게 보이기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말로 만나서 설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더 그러하다.
아마도 그의 마음 속은 너무나도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행동하자면 그녀와 연락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사랑하기에 하지 않아야 될 상황이 아닐까?
* 연락을 끊은 입장 (가해자 입장)
1)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에
2) 그저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기에
3) 만나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사랑해서 헤어져야만 하는 그 말. 예전에 90년대 김종서의 '지금은 알 수 없어 에서 그 가사가 기억이 난다. 당시에 소년이었던 나는 멜로디가 좋아서 그저 따라불렀으나, 성인이 되어서 다시 가사를 읊어보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알수 없어 - 김종서
이젠 깨달아야해 이것이 운명인 것을
진정 사랑하기에 체념도 필요했음을
영문도 모른 체 그댄 울고 있지만
지금은 알 수 없어 그댈 떠나는 내 진심을
My Love 부디 나를 잊어줘 나는 그대의 짐이 될 뿐이야
My Love 벅찬 사랑의 기억도 이제는 잊기로 해요
먼 아주 먼훗날 마지막 순간 눈 감을 때
난 그대 없음을 후회하겠지
My Love 영문도 모른 체 그댄 울고있지만
지금은 알 수 없어 흐르는 시간이 말해줄 뿐
이 가사처럼 연락을 조용히 끊으려고 하는 입장이다. 사랑하기에 헤어질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몰래 조용히 연락을 두절해야만 하는 이 가슴아픈 현실이 그저 애처롭다. 이별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둘 다 아프다. 아마도 모르긴 해도 주는 이가 받는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오죽했으면 사랑했지만 헤어졌어야만 했는가? 그간 사랑은 거짓이 아니다. 진심이었으나 계속 영위해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의 있었던 추억이 다 사기처럼 보이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사랑을 그동안 했다면 이러한 연락두절한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한다. 말로 할 수 없는 무엇가의 입장. 어쩌면 가해자이지만 마음만큼은 피해자보다 더 할 수도 있다.
* 연락을 끊은 가해자 심정
: 이별의 가해자이지만 피해자보다 더 가슴이 아플 수도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