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그리움 / 1) 그리움 잊어보기
영화감독 '왕가위'는 누구보다 사랑의 깊이를 잘 아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남성이지만 때로는 여성보다 더 섬세하게 그 단면을 심도있게 그려내고 있으며, 그 화폭을 로멘틱스럽게 포장하고 있다. 보다 영적인 부분에 있어서 떨리운 가슴을 잘 묘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타락천사에서 '낯선 여자에게 그의 향기가 났다'라는 대사와 함께 지하철에 생판 모르는 젊은 두 여성의 미묘한 대립을 보여다. 이는 또한 페러디가 되어서 남성 향수 CF에서도 소재로 삼았다. 이렇게 감수성이 예민한 그에게 있어서 그리움은 더 수면 깊이 다루고 있다. 마치 해발 1000m 아래의 심장마저 캐어 내면서 그 뿌리를 흔들고 있는 듯 하다. 다른 이와 다르게 어쩌면 사랑에 미쳐서 사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간직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금성무는 경찰 '223'으로 등장한다.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애인에게 차인 그는 사랑에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있다. 특히나 옛 애인이 좋아했다는 파인애플을 공감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녀의 생일인 5월 1일인 유통기한 파인애플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루에 한 개씩 30개를 모으는 것이다. 또한 5월 1일은 그와 그녀가 헤어진 지 한달이 되는 날이다. 그 때까지 그녀에게 연락이 없다면 그는 잊기로 단념한 것이다. 결국엔 유통기한이 넘는 파인애플을 30개를 먹는것이다. 그렇게해서라도 잃어버린 사랑의 유통기한을 극복하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에는 유통 기한이 있다.
꽁치도, 고기 통조림도, 비닐랩 조차도... 나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유통기한이 없는 것이 있을까? 만약에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어쩌면 너무나 분한 심정일까? 사랑을 제대로 알기는 아는 것일까? 피해의식이 크려나? 이왕 사랑한다면 이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잊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다소 무모한 다짐. 상대가 알아주지 않는 의미없는 그리움을 보이고 있다. 그는 새벽마다 분주하게 달리기를 격하게 한다.
"실연을 당했을 때 난 조깅을 한다. 그럼 수분이 빠져 눈물이 안 나온다.
울 수도 없다. 난 이미 아미에게 잊혀지고 있다."
왕가위 감독은 그리움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한 사람이 아닐까? 특히나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반환을 앞둔 시대에 사는 홍콩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의 연애의 대한 정체성을 가슴과 머리에 심어주고 있다. 어쩌면 지독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기도 하다. 끈질기기도 한 그는, 마치 그 아픔의 영상에서 시로 표현하고 있다. 남들이 캐취하지 못하는 부분을 섬세하기 다루고 있다. 어떻게 실연의 눈물이 나지 않기 위해서 대신 땀으로 수분을 빠지기 위한 조깅을 선택하는 씬.
"운동장을 떠날 때, 호출기를 버리기로 했다. 오늘은 날 찾는 이가 없으니.."
* 중경삼림 (울지않으려 눈물대신 뛰어서 땀으로 배출하는 금성무)
https://www.youtube.com/watch?v=4TWs7CaAOlI
하지만, 호출기에 연락이 오고, 다시 재빠르게 받아가는 금성무.
난 이 씬을 보고서 많은 걸 느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모르게 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조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실연을 당한 것이다. 그녀는 모르는 아픔을 나 홀로 이겨내고 있다. 나와 그녀의 싸움이 아니라 나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알게 되었다. 너무 슬프면 중경삼림과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왜냐하면 나란 존재는 이 때에 울면서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 처럼 격하게 뛰다보니 눈물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녀를 잊기 위해서 뛰었는데 나중엔 무작정 아무런 생각없이 뛰었다. 그녀의 아픔을 잊기 위해서인데 덕분에 호흡도 좋아지고 몸도 건강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튼튼하게 된 그녀와 왕가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실제로 실연의 슬픔으로 그리움은 건강에 해롭다. 나처럼 나와서 뛴다면 그나마 정신건강에 좋다.
* 올바른 그리움 극복
나쁜 예
: 상대와 나의 추억 떠오르기 -> 가만히 있어 생각하기 -> 더 그리움
좋은 예
: 상대와 나의 추억 떠오르기 -> 운동으로 잊어보기 -> 육체에 신경 -> 자신의 정신, 육체 건강 -> 그립지 않음
한을 품고 불쌍한 신세로 전락되기 보단 자기계발적인 측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안흐려는 모습을 보이고 형사 223이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이 기억이 되어서 무작정 따라한 나도 있다. 특히나 다른 그리움도 많이 도전해봤는데 운동보다 좋은 것은 없다. 적어도 몸이 힘들면 본능적으로 목 말라 물을 먹거나 배고픔에 허덕여서 음식을 먹게 된다. 이러다 보니 육체와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어느 덧 그녀가 생각나지 않는다.
당신들은 과연 그리움을 잊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사랑의 추억을 어찌 한 순간이 지울 수 있는가? 그 파일이 아무리 휴지통에 넣는다고 해도, 기억남을 만한 자료는 다 머리에 있다. 그와 받은 선물을 아무리 갖다 버린다고 해도 생각나기 마련이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특정 선물을 보면서 기억이 남는 사람. 그와 함게 즐겨듣는 음악과 자주 가던 카페. 이런 소소한 것들이 다 습관에 베여있다가 갑자기 끊게 되면 당연히 금단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마 기억이 남고 눈에 아른거리는 것은 참아야 한다는 것은 금단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