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그리움 / 2) 옛 추억으로 돌아가기
한 여인이 길거리를 배회하였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가는 시점. 그 여인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찜질방에서 나온 저자가 먼저 무슨 일이 있냐고 하니 그제서야 그녀가 길을 헤매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어떤 걸 찾으냐고 물으니 술에 조금 취한 그녀가 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떨결에 해장국 집을 알려줬다. 하지만 당시 나도 배고 너무나 고픈 찰나에 아침부터 본이 아니게 해장국을 먹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술에 약간 취하다가 뒤 늦게 풀린 듯 했다. 덕분에 아침부터 해장국을 얻어 먹는 나로썬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보통 여자가 사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궁금해서 왜 우냐고 물으니 그녀가 대답을 했다.
그녀는 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던 곳이 기억이 나서 근처를 배회하였다고 한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굳이 그러냐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니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곧 몇 주후에 결혼을 하기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근데 왜 그러한 무모한 짓을 하냐고 하니 그녀의 대답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그를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하니깐요"
그렇다. 그녀는 결혼 전이니, 그 동안 사랑했던 사람을 떠오르다가 자기가 생각나서 그가 일하는 장소로 간 것이다. 알고보니 그 사람이 bar 사장인데 그 근처에 맴돌면서 혹시 그가 나오지 않을까 유심히 본 것이라고 한다. 그 문 앞에서 손잡이를 제끼어서 들어서면 될 것은 한동안 망설이다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가 잘 보이는 특유의 장소에서 은밀히 관찰했다는 것이다. 그는 행복해보였고 여유있어 보였고 그 어느 때보다 손님과 잘 얘기를 나누면서 일에 대한 보람을 즐기면서 사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한량한 자신의 삶에 허탈감을 느끼었다고 한다. 그래서 옆에서 혼자 서럽게 술을 마시면서 잊으려다가 너무 속이 쓰려서 지금 해장국집을 찾고 있었던 시점. 그 때, 나를 본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난 그저 처량해 보였다. 한 남자를 위해서 이렇게 헌신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그 남자가 이 광경을 봤으면 조금이나마 감동을 받거나 혹은 더 매몰차게 진저리 느낄 것으로 봤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녀가 그토록 추억의 장소에서 맴 도는 이유를 안 것이다. 그와 함께 있었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을 뿐더러 다른 추억의 서랍과 달리 그 장소에서 바로 그 대상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조그마한 희망이 그토록 그녀를 오게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실패했다 그는 그러한 그녀의 노력을 전혀 모른다. 아니 알아야 할 사이도 아닌 것이다. 조금 있으면 유부남이 되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울먹거리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그렇게 사라졌다. 그녀와 나는 그렇게 연락처도 받지 않는 채 제 갈길을 택하면서 사라졌다. 재미난 것은 나도 모르게 그 bar가 궁금해 진 것이다. 그리고 그 bar의 사장 또한 너무나 호기심 대상 그 자체였다.
시간이 지나고 그 bar를 서성이면서 나도 모르게 그를 지켜본 것이었다. 멀찌감치떨어져서 좋은 장소를 택했다. 아니 택할 수 없는 공간이다. 유리창 너머 그 사람을 봤다. 그리고 그 옆에 참한 아가씨가 아무래도 아내가 된 사이같았다. 아마도 둘은 결혼을 했을 법하다. 더 재미난 것은 여기에 왔는데 나처럼 멀리서 지켜봤던 그녀가 더 생각이 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라는 대상이 아니라 그녀의 심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유리창 너머서 선뜻선뜻 보이는 각도와 거리가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데, 아마도 그녀도 내가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수척해진 마음으로 왜 혼자 술을 먹었는지 세삼알게되었다. '추억장소로 가는 것'은 우연히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저 멀리서만 지켜보는 것도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 사람이 생활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인 것이다.
* 추억장소로 모래 보는 것
: 만나서 회포를 푸는 것 < 멀리서 지켜보는 것
만난다고 해서 달라질 상황이 아니기에 -> 멀리서나마 모습을 보는 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