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이벤트로 환심사기 / 2) 불가능한 선물
나도 '천장지구'는 아니라도 그러한 사랑의 표현을 위해서 불가능한 선물을 준 게 있다. 물론 나 혼자 좋아했었고 상대는 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잘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를 잊지 않았는데 그것은 이 불가능한 선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녀는 내 대학교 후배이다. 내가 군대에 전역을 하자마자 본 아릿따운 새학년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외모가 특출난 사람이겠구나 여겼으나 어느 덧 서서히 친해지면서 내 안의 감정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나 설레였고 주체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다시 돌아가도 바보처럼 그렇게 행했을 것만 같다. 그러던 그녀를 위해서 안 해본 이벤트가 없다. 그녀를 위해서 5일간 데생질로 초상화 그림을 준 적도 있다. 사실상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데 그 열정으로 시도를 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후배들이 다 뒷담화를 했어도 그녀를 위해서 모르는 과목의 수업을 들으면서 Report(과제)를 대신하여 도와줬다. 당시 마인드로는 내가 아니라도 그녀가 장학금을 타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는 선물이다. 특이하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다고 느꼈다. 불가능한 선물이 뭐가 있을 지 나는 초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깨우친 게 있다면 난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녀가 내 자취방에 들리려고 학교 후문 길을 향했다. 학교 후문은 공사중이었고, 그 논뚜렁이 비슷한 곳에 비탈길이 있었는데 학우들이 불편해 하면 내려오게 되었다. 심지어 2m정도의 높이는 여학우로써 매달렸다가 내려와야 하는 답답한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이 유일한 지름길이기에 다녀야 했다. 나는 그 높이의 덕으로 그녀와의 손을 첨 만지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 그녀가
"아~! 여기 계단이 있었으면 했다. "
"그럼 내가 계단을 만들어 볼게"
"어떻게 만들어요. 오빠가.."
그렇게 그 얘기를 듣고 난 뒤, 괜히 마음이 아파왔다. 내가 그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 계단이나 만드는 것일까? 아니다.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 거라도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일념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심정이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어디선가 주워온 사다리를 놓아봤다. 하지만 사다리가 삐그덕 거려서 위험할까봐 바로 치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옆에 같은 학우가 있었는데 함께 책상과 의자를 옮겨서 차곡히 쌓아서 계단을 만들었다. 물론 학우에게는 한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뒷문에 사는 학우를 위해서 우리가 희생하자고 돌려서 이야기를 했다. 그 후 재미난 일이 있어났다. 그녀는 나와 다퉈서 그 후로 그 길을 걸어본 적이 없고 덕분에 수 많은 학우들이 편히 지냈다. 심지어 내가 그 책상의 계단을 이용할 때, 여 학우들이 '이 거 어떠한 남자가 한 여자를 위해서 만든거래'라고 이미 소문이 돈 것이다. 그 당사자가 바로 뒤에 있는데.....
그렇게 학교에 얽혀진 책상 계단은 전설이 되었고, 그 책상 계단이 2주정도 있다가 그만 학교측에서 없앴다. 바로 공사로 콘크리트로 계단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겨우 2주. 나만의 이벤트는 그렇게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녀가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소멸된 것이다. 서운했다. 내가 이 정도로 땀을 흘려서 보람없이 사라진 게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누가 기억해주랴? 오로지 나만 기억이 될 것이다. 어쩌면 후문 학생들에게 학교측에서 콘크리트 계단을 만들 게 된 원동력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음 해에 내가 휴학을 하고 그 다음해에 복학을 할 무렵, 그녀가 휴학을 하고 편입을 준비했고 건너 들었지만 자세한 사항은 몰랐다. 그저 보고 싶은 사람이 그리워서 결국엔 수소문해서 찾기를 원했다. 바뀌어진 전화기는 대답이 없고 그렇게 간간히 보낸 이메일은 읽지 않고 쌓아만 갔다. 그러던 소셜커뮤니티로 중 예전 메신저 친구를 불러와서 친구를 맺게 된 것이다. 그녀가 나와 마무리가 좋지 않기에 앙금이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기에 이해해 주기를 바랬다. 다행히도 내가 모질 게 한 것을 용서해줬고 그렇게 7년 만에 친구등록을 해주었고, 우리는 온라인 상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헤어진 지 7년만에 만나서 지난 날을 회포하는 만남을 가졌다. 거기서 예전 나의 속 안에 준비해 놓은 많은 말을 내 뱉었다. 그 와중에 여러가지 추억들을 그녀가 기억해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책상으로 만든 계단 얘기도 했다. 부실했던 그 계단을 만들었는데 너는 못 봤을 것이지만, 난 진짜 만들었다고 말해버렸다.
'그 정도로 당시에 좋아했는데 네가 못 알아줘서 서운했다.' 이런 식으로 넌지시 말을 했는데 그녀는 무엇인가 생각이 나는 듯 두 눈이 촉촉히 젖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 ... 계단 봤는데..요"
그렇다. 제 아무리 계단을 만든다고 했는데 설마 만들었을까 해서라도 그녀가 본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굳이 당시에 계단을 봤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내가 과연 만들었을까 궁금한 차원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는 속으로
'저렇게 위험하게 만들었는데 누가 이용할까? 넘어지는 건 아닐까? 어떻게 저런 걸 만들 생각을 했지?'
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걸 한 동안 아무도 몰라주어서 나만의 헛고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기억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에 커다란 위안을 삼았다. 훗날이라도 이렇게 알게 되어서 그간 통증이 사그라지는 듯 했다. 그녀는 더군다나 선물을 받을 당사자이니 더 기억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부담스러워서 피하는 과정인데도 그 계단을 보러 간 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하지만 상황이 '그 계단을 봤는데 고마워요.'라고 하기엔 서서히 앙금이 생기는 시기라서 말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만 당시 내 마음을 담아 모든 걸 보여준 노동이자 사랑이었던 거 같았다. 살면서 그렇게 아침 일찍일어나 사다리를 구해서 시도하다가 다시 한 밤 중에 학교 창고의 책상을 옮겨다가 동료와 함께 설치했었다. 그리고 다시 위험하지 않을까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삽으로 빈 공간을 흙으로 매꾸면서 정성스레 만든 게 기억이 난다. 아니, 몇 달은 더 만들라고 해도 만들 수 있을 수도 있었다. 당시에는 내가 그녀는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차지하고 싶은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까지 했었기에 이제는 그녀에게 별 후회가 없다. 아마도 그렇게 까지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비해서 난 최선을 다했었고, 그리고 그 사랑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과정에게 내 스스로 박수를 보내었다. 그 후로는 그 정도의 정성을 들여 본 적이 없다. 아니 살면서 아마 한 여인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 본 적은 향후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 수고를 그녀가 기억해줬다는 게 행복하고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오를 때곤 불가능한 선물을 준 듯 해서 뿌듯하다. 시간이 지났어도 그녀에게는 아마
'날 위해 세상에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라고 기억이 된다는 거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나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선물은 바로 그녀의 머리 속에서 가장 잘해주는 사람으로 기억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수고와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시간이 지나 단점보다는 장점이 기억이 되어서 다시 화해하여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일에 다른 것도 있었지만, 그 불가능한 선물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편히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나는 철이 들지 않는 사람이지만, 당시의 기특한 23세 나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최고로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왕이면 이벤트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인간적이다. 실수가 있더라도 그 게 인간미가 있다. 예전에 어떠한 프로포즈는 방에서 남자가 풍선을 불고 있다가 생각보다 여자가 일찍 찾아온 바람에 그 모습을 들켜버렸다고 하는데 이 자체가 얼마나 인간적일까? 오히려 완벽하지 않기에 자신이 스스로 직접 한 노력이 더 가상하며, 크게 기억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최선을 하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는 바로 기발하게 하는 것이다. 그 정도는 바로 내게 있어서 유일한 독특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기발한 발상의 "불가능한 선물"을 주는 의미
: 이벤트를 잘하는 것 < 최선을 다하는 것 < 기발한 것
1) 이벤트 잘하는 것 : 상대는 '나에게 잘해주려고 하는 사람'으로 인식
2) 최선을 다하는 것 : 상대는 '날 위해 지극정성인 진심인 사람'으로 인식
3) 상대와 관련된 것 : 상대는 '나를 오직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인식
-> 이유 = 다른 상대들에게도 똑같이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 한다면, 그저 그러한 사람 중 하나로 여길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아이디어가 좋아야 할 것이다. 차별화 되어야 할 것이다. 유일하게 독보이는 사람으로 비춰주어야 할 것이다. 주변 친구가 하듯이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기발하게 하여 그 불가능한 선물을 전해주어보자. 평생도록 잊혀지지 않을 만한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