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우물 위의 서리

by 박예인

비린 냄새가 났다.

다 비워낸 줄 알았던 밑바닥에서

채 가시지 못한 습기가

제멋대로 얼음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부스러기였다.

식탁 모서리에 묻은 마른 얼룩 같은 것.

내내 문질러도 다 지지 않고 습기만 머금는 것.


잊었다고 믿었던 그 눅눅한 풍경이

사실은 내 방 한구석에서 여태껏 땔감으로 쓰이고 있었음을.


​채 타지 못한 숯덩이를 긁어모아

허공으로 털어낼 때마다

​뒤돌아 서 있는 굽은 등 위로

옹졸한 원망들이 먼지처럼 쌓여가고 있었을 텐데


​노인은 제 등에 무엇이 내려앉는지도 모르고

우물만을 피해 온 데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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