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비가 싱그럽게 내리는 오후. 투명하고 맑은 비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수많은 생명들이 성장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의 생명이 되어주는 비.
이 비를 보고 그린 것 같은 작품 겨울비. 또는 골콩드의 제목을 갖고 있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입니다. 사람이 비가 되어 내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또한 사람 비가 내리는 느낌은 어떨까요?
재미있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죠. 또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우울해 보이기도 하네요. 마그리트는 이러한 느낌이 들도록 일부러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그렇다면 내가 만약 비가 되어 하늘에서 내린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나는 나비가 되거나 새가 되는 생각은 많이 해봤지만 비가 되어 내린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한번 생각해봤어요. 시원하고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때론 방울방울 똑똑 내리거나, 얇고 가늘게 센치함으로 내리고 싶고, 때론 폭우처럼 마구 쏟아져 엉망진창이 되어 내리고 싶기도 하며,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내리고 싶어요. 장난꾸러기처럼요.
“일상적인 그림이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해!”라는 답변을 한 것처럼 그의 대답도 참 기이하죠? 마그리트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팝아트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수많은 영화나 앨범의 이미지로도 많이 사용하였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생각나는 영화가 있나요? 바로 매트릭스에서 복제된 스미스 요원이 무한으로 복제되는 장면이 이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종교, 철학과 역사를 버무린 걸작인 매트릭스는 마그리트가 철학을 사랑하여 작품에 반영한 것과 느낌도 비슷하네요.
검은 모자에 검은 레인코 트을 입은 신사의 표정을 자세히 한번 보세요. 어떤 표정이 보이나요?
똑같은 모습에 똑같은 표정인 것 같아요.
똑같은 사람. 똑같은 옷. 똑같은 표정은 아마 우리가 만든 건 아닐까요? 넌 학생이고 엄마이고 아빠이며 아들이고 딸이고 며느리고 등등. 수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구의 누구라며 규정을 지어요. 다 똑같이요. 화가는 누구의 누구여도 결국에는 나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마그리트는 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 상식에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은유를 적용했답니다. 바로 그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나타난 것이에요.
내가 때론 이상할 때가 있다는 것과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에 스스로 용납하기 힘든가요? 화가는 이상한 것은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요. 내 안에 수많은 내가 있다는 것 중에서 나는 때론 멋지기도 때론 바보 같기도 하고 때론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때론 철부지 어린아이 같기도 해요. 전부 나예요. 멋지고 순하고 착한 나만을 인정한다면 나는 외롭고 슬플 거예요. 바보 같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한 나를 인정해줘야 해요.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면 마그리트 그림처럼 기이하거나 이상할 것 같아요. 모든 사람과 비슷한 가면을 쓰고 있어야 낯설지 않고 기이하지 않은데. 역설적이죠?
늦여름 비가 내리는 날, 중절모자 쓴 사람 비가 내리는 특별하고 재미있는 그림을 통해 나를 만나요.